“1947년 창단한 리빙시어터(The Living Theatre)는 미국 수퍼볼보다 오래된 단체다. 우리가 하는 연극은 시대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스타일이 변해왔지만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 한다는 점은 7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로제타’로 관객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싶다.”
미국 실험극을 대표하는 리빙시어터가 극공작소 마방진과 합작으로 13~14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ACC)에서 연극 ‘로제타’를 세계 초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브래드 버지스 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친구인 연출가 요세프 케이(한국명 김정한)로부터 로제타라는 여성의 생애에 대해 듣자마자 내 본능이 움직였다”며 “이 연극을 미국으로도 가져가 미국인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미 합작 연극 ‘로제타’는 1890년 의사 겸 선교사로 이 땅에 들어온 실존 인물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이야기다. 차별대우를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조선 여성에게 근대 의료와 교육의 여명을 열어준 인물이다.남편과 딸을 전염병으로 잃었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여성병원 설립, 크리스마스 실 도입, 한글 점자 개발 등 서양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역경 속에서도 약자의 권리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낯선 나라에서 분투하는 스물다섯 살 이방인의 마음을 상상해보라. 나를 포함해 리빙시어터 배우 3명과 한국 배우 5명이 모두 각자의 언어로 로제타를 연기한다. 당시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가 어우러진다. 그러나 자막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리빙시어터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시초가 된 전설적인 극단이다. 현대연극사의 한 챕터를 리빙시어터로 조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명배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이 거쳐갔다.
버지스 대표는 ‘로제타’에 대해 “로제타가 겪는 고난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삶을 축하하는 연극”이라고 했다. “리빙시어터 연극은 집단성이 특징이다. 모두가 주인공인 셈이다. 관객은 ‘당신도 로제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연극이 극장 밖 현실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