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고려대의료원이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난민의료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한다. 의사 네 명과 간호사 세 명을 포함해 행정직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오는 19일 출국해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폴란드 지역에서 난민들을 돌보게 된다. 지원단장을 맡은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조원민(54) 교수는 16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국에서 현지로 계속 오게 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바로 난민들을 돌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 놓는 것이 선발대인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의료지원단을 맡아 오는 19일 출국하는 조원민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우리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았던 것을 환원하는‘박애’를 실천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고려대의료원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전격 침공하고,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참상이 전해지면서 고려대의료원에서 난민의료지원단 파견이 본격 논의됐다. 해외의료봉사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들이 앞다퉈 자원하면서 구성은 급물살이 탔다. 조원민 교수 역시 미얀마·베트남·인도네시아·리비아 등에서 빈민과 난민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해온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이제 막 전쟁이 시작돼 포연이 걷히지 않은 동유럽의 전장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군 폭격으로 병원과 아파트가 쑥대밭이 되고 민간인 희생자들이 시신이 널려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본 그는 “발걸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아무리 적군이라고 하더라도 부상당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한의 인륜과 박애의 정신이 있어야죠.”

그는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위한 작은 관심이 모이고 모여 큰 응원이 된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폴란드 현지에서는 현지 한인회와 고려대 교우회 측이 나서 난민들과의 소통, 의료장비를 가동할 연료 등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며 의료진의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전쟁 소식에 정규 진료 일정을 중단하고 급박하게 짐을 꾸리기로 결심한 것에 대해 “우리 병원이 있는 경기도 안산이라는 지역적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고 조원민 교수는 말했다. 그는 안산에 있는 사할린 영구 귀국 동포 거주 아파트 단지에서 2005년부터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해왔다. 지역 특성상 자신이 돌보는 환자 중에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만리타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외국인,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병마와 싸우는 중환자가 적지 않다.

“어려운 환자들에게 당장의 긴급한 손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평상시에도 절감하죠. 그래서 제 환자들께 정말 고마워요. 우크라이나에 긴급히 다녀와야 해서 병원을 잠시 비워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성원해주셨거든요.” 그는 이번 의료지원단 활동이 ‘한국이 받은 것을 돌려주는 박애의 일환’이라고도 강조했다. “우리 대학 의료원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잖아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마음가짐, 그게 바로 ‘박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