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선일보사에서 제15회 차범석희곡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인 뮤지컬 ‘레드북’의 한정석(오른쪽에서 넷째) 작가가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 등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태경 기자

“당선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내가 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나?’ 싶고 우울감마저 몰려왔습니다.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느낄 때까지 더 써보겠습니다. 단단하게 무대를 지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제15회 차범석희곡상 시상식이 6일 오후 5시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올해는 한정석(38)씨의 ‘레드북’이 뮤지컬 극본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장막 희곡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레드북’은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숙녀가 아니라 그저 ‘나’로 살고 싶어 하는 작가 안나가 주인공이다. 뮤지컬 극본 부문 심사위원장인 고희경 홍익대 교수는 “도발적인 여성 작가 안나를 통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해주는 이야기”라며 “우리 시대의 세대와 젠더 갈등을 밝고 명랑하게 아우르며 창작 뮤지컬의 영토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차범석희곡상은 ‘산불’의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선생을 기리는 상이다. 2007년부터 장막 희곡과 뮤지컬 극본 부문에서 16명의 쟁쟁한 수상자를 배출하며 공연 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 올해 차범석희곡상은 2020년 10월부터 1년 동안 공연된 창작 희곡과 뮤지컬 극본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은 인사말에 “이 상은 고인(故人)께서 생전에 글을 쓰던 작업실이자 안식처로 삼던 자택을 처분해 마련했다”며 “한정석 작가는 선생님의 유지를 받든 차범석희곡상 수상을 작품 활동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더 큰 도약과 성취를 이루시길 바란다”고 썼다. 차혜영 차범석연극재단 이사장은 “수상자가 젊어서 놀랐는데 아버님(차범석)도 한정석 작가 나이에 대표작 ‘산불’을 썼다”며 “차범석희곡상은 작품을 향한 열정을 놓지 말라는 선배의 마지막 당부”라고 했다.

이날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한정석씨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 여러 예술 작품에서 희망과 위로를 얻고 성장했듯이 내 뮤지컬로 관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면서 차범석희곡상을 더 빛내고 높이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배우 배해선의 사회로 진행됐다. 역대 수상자인 김광탁(6회)·한아름(11회) 작가, 심사위원인 연출가 손진책·유희성씨와 평론가 허순자·고희경씨, 차범석 선생의 가족인 차혜영·김윤석·차혜진씨 등이 참석했다. 또 배우 손숙씨,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예술원 회원인 최청자씨와 박명숙씨, 박명성 신시컴퍼니 총감독,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레드북’의 작곡가 이선영씨와 연출가 박소영씨, 그리고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등 5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