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미군 군종 신부로 참전했다 중공군 포로로 끌려가 서른다섯 살에 숨진 에밀 카폰(1916~1951) 신부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모두 최고 등급 무공훈장을 받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카폰 신부에게 태극무공훈장이 사후 수여된다고 26일 밝혔다. 수여식에는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씨와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청 대사 대리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등이 참석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종 신부로 참전해 박애를 실천한 '한국전의 예수' 에밀 카폰 신부가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무공훈장을 받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에밀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포상 수여식에서 태극무공훈장을 대리 수상한다고 26일 밝혔다.사진은 에밀 카폰 신부. 2021.7.26/천주교 서울대교구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미 1기병사단 8기병연대 소속 군종장교로 배치된 카폰 신부는 그해 11월 중공군에 붙잡혀 포로수용소로 끌려가 고문과 학대 후유증으로 이듬해 5월 숨졌다. 이후 동료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카폰 신부가 중공군과 격전 중 여러 동료 병사의 목숨을 구했고, 퇴각 시 자진해 낙오병들과 남았으며, 적군 병사들까지 돌보는 등 인류애를 실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같은 공적이 알려지면서 카폰 신부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등급 무공훈장 ‘명예 훈장’을 받았다. 지난 3월 6·25 미확인 전사자 유해 더미에서 카폰 신부의 유해가 확인돼 오는 9월 고향 캔자스주에서 성대한 안장식이 예정돼 있다. 미 가톨릭계에서는 성인 추대 운동이 일고 있다.

에밀 카폰 신부의 미사 집전

지난 4월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신학생 시절이던 1956년 카폰 신부의 일대기를 우리말로 번역해 책을 냈다.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병상에서 카폰 신부 유해 발견 소식을 듣고 직접 구술로 개정판 작업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며 그의 생애를 많은 이에게 전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 땅에서 전쟁 중 목숨을 바친 분들, 특히 먼 이국 땅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참전한 유엔군 청년들의 고귀한 죽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