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1일 경기도 용인 우남퍼스트빌리젠트. 금강경 쓴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 /김지호 기자

전광진(65)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경기 하남 연구실에는 소포 꾸러미가 가득 쌓여 있다. “퇴임 기념식에서 하객 답례품으로 준비한 책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열리지 못해서 그만… 일일이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어요.”

이 책은 최근 정년퇴임을 맞은 그가 논문집 대신 새롭게 번역 출간한 ‘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속뜻사전교육출판사)이다.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문자학 전문가로 조선일보에 ‘생활한자’(1999~2010)를 3317회 연재했고 사전계의 베스트셀러인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을 쓴 전 교수지만 고전 번역은 처음이다.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새로 번역한 '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

“제자들 논문이나 지인 글을 받아 정년 기념 책을 내려니 원고를 청탁하는 일이 아무래도 폐가 되겠더군요.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2년 전부터 ‘논어’ 본문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던 중 문득 ‘꼭 대화체 대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크 입센 같은 대가들의 희곡을 읽고 전공 교수들을 찾아 물어보며 드라마 작법을 새로 공부했다. 각 장(章)마다 인물·사건·배경을 설명하는 지시문을 넣었다.

‘논어’ 위정편 “내가 열 다섯 살에는 배움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는 바로 서게 되었으며(三十而立)…”라는 유명한 공자의 말 앞에는 이런 지문을 삽입했다. ‘어느덧 70을 넘겨 한평생 살아온 날들을 회고한다. 만감이 교차한 듯 눈시울이 촉촉이 젖는다. 여느 때와 달리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낮아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공자가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했는지 친절히 설명해 독자가 쉽게 ‘논어’를 읽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전 교수는 “하룻밤 새 다 읽었다는 독자도 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어려운 원문의 속뜻도 쉽게 풀었다. ‘금강경’의 인상(人相)은 ‘나와 남을 차별하는 망상’, 중생상(衆生相)은 ‘나는 중생이라 여기는 망상’이라고 옮겼다. 일부에서 뜻도 모른 채 암송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최근 자신이 쓴 ‘속뜻사전’ 4종을 한데 엮은 스마트폰 앱도 낸 전 교수는 “인생을 3기로 나눈다면 부모님 도움을 받던 학창 시절이 1기, 직장 생활을 했던 지난 40년이 2기, 이제 그걸 바탕으로 봉사하는 3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제 나를 위해 명성을 높이는 책보다는 남에게 유익한 책을 쓰려는 겁니다. 박사보다는 ‘밥사’(밥을 사는 일), 밥사보다는 ‘술사’(술을 사는 일)', 술사보다는 ‘감사(感謝)’, 감사보다는 ‘봉사’가 낫다는 게 제 지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