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 동시에 거머쥐어<br>"과학기술로 행복해지는 인간의 삶" 추구
자신의 가문 이름을 딴 방수원단 ‘고어 텍스’를 개발해 세계 의류업계와 첨단기술업계에 널리 보급시킨 로버트 W. 밥 고어(83) 고어사(社) 명예 회장이 지난 17일 사망했다고 회사 측이 발표했다. 1937년 미 유타주 솔트 레이트 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고어사를 창립한 윌버트 고어·제네비브 고어 부부의 맏아들이다.
델라웨어대에 미네소타대에서 각각 화학공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나일론으로 유명한 듀폰사에서 근무하면서 섬유사업가로서 이론과 실전 경험을 쌓았다. 대학 2학년때 1958년 델라웨어에 있는 집 지하실에 직접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사업가 기질을 보였다.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던 그는 수차례 실패 끝에 1969년 10월 섬유업계에 혁신을 가져온 신물질인 확장형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PTFE)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그의 가문 이름을 붙인 세계최초의 방수원단 고어텍스의 개발과 출시로 이어졌다. 1976년 아버지로부터 최고경영자직을 물려받은 고어는 고어텍스 등 첨단기술을 앞세워 가업을 세계적인 화학공학 기술 기업으로 이끌었고, 2000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고어텍스는 아웃도어 시장 뿐 아니라 의료산업과 우주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사용되면서 방수원단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고어는 명성과 부를 함께 거머쥐었다.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으며, 미국 국립 발명가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이외에도 과학기술 관련해 수많은 상과 공로패를 받았다.
생전 고어는 기업의 존재 가치는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인간이 삶을 좀 더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술의 도움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치안장비 덕에 보다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되고, 여과 시설 덕에 환경이 더 깨끗해지며, 고어텍스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유산으로 남기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