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자 한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인 김용구(88) 서울대 외교학과 명예교수가 23일 별세했다. 그가 쓴 국제정치사의 교과서인 ‘세계 외교사’는 ‘한국인의 눈으로 쓴 최초의 외교사’라는 평을 받는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용희(전 국토통일원 장관) 교수의 설득으로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9년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2002년까지 서울대 강단에 섰다. 서울대 학생처장과 사회과학대학장,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한림대 한림과학원장 등을 지내며 평생 연구에 몰두했다.

1985년 학생처장 때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 주동자들을 제명·제적하라는 정부 요구에 맞서 무기정학 처분을 한 뒤 보직을 사퇴한 일도 있었다.

그가 1985년 세계 외교사 과목을 담당할 때 학생들이 옛 교재를 그대로 쓰는 것에 놀랐고, “학자로서 수치심을 참을 수 없어” 원고지 5500장 분량의 세계 외교사 교재 집필을 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서 ‘만국공법’과 ’19세기 한국 외교사 5부작’을 집필하기도 했다. 학술원은 고인에 대해 “유럽 중심의 외교사와 강대국 중심의 국제 관계사를 비판하고 구한말 외교 이론과 국제 관계 이론을 객관적이면서도 주체적으로 연구했다”고 평했다. 2002년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장남 김원익씨 등이 있다. 빈소는 강원대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6시, (033)254-5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