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 협약에 따라 국제사회가 보호하는 야생 동물 목록에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미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는데도 숫자가 더 줄어든 동물들은 등급이 강화됐어요. 이 중에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한 곳으로 유명한 서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에만 살고 있는 이구아나 네 종류도 포함됐어요.

이구아나라는 말은 카리브해 섬과 남미 일대에 살던 원주민 아라와크족이 도마뱀을 부르던 ‘이와나’라는 말에서 유래했대요. 몸길이는 1~1.5m로 여느 도마뱀들보다 크고 대개 굵다란 머리와 몸통 가운데를 따라서 가시 같은 것이 삐쭉삐쭉 돋아 있어요. 이런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멸종된 공룡이나 공상과학 영화 속 괴수 ‘고질라’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고질라 도마뱀’으로도 불리지요.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는 동물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진화 과정을 보여줘 생태적 가치가 높아요. 아주 오래전 중남미에 살던 이구아나가 통나무 등을 타고 바다 건너 갈라파고스 섬에 도착한 뒤 1000만 년 전쯤에 바다이구아나와 육지이구아나로 갈라졌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갈라파고스 이구아나 중 바다이구아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닷속을 헤엄치며 살아가는 도마뱀이랍니다. 몸 색깔은 거무튀튀한 데다 발톱은 날카롭고 얼굴 비늘은 울퉁불퉁해서 찰스 다윈도 처음 봤을 때 “정말 생긴 게 흉측하다”고 혀를 내둘렀대요. 험상궂은 생김새 때문에 무서운 사냥꾼일 것 같은데 사실은 바닷속 식물인 해조류를 뜯어먹고 살아가는 유순한 성격이에요.

파충류는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의 온도가 변하는 변온 동물인데요. 바다이구아나의 거무튀튀한 몸 색깔은 아침에 해가 뜰 때 태양열을 빠르게 흡수해 체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죠. 바다이구아나의 주둥이에는 하얀 게 덮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소금 덩어리랍니다. 식사를 할 때 해조류가 머금은 소금기를 걸러낸 뒤 재채기를 하듯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그게 얼굴에 쌓인 거예요.

뭍에서 살아가는 육지 이구아나는 세 종류가 있어요. 몸 색깔이 노랑·분홍 등으로 화사해요. 선인장이 아주 중요한 먹이랍니다. 갈라파고스 섬에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선인장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거든요. 그런데 선인장도 이구아나 때문에 씨가 마르는 걸 스스로 막기 위해 더 키도 커지고 가시도 많아지는 쪽으로 진화해 갔대요.

야생에서 갈라파고스 이구아나들의 천적은 매와 올빼미 등 맹금류 정도였지만, 이 섬에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개와 고양이가 가장 무서운 천적이 됐어요. 유기된 들개와 길고양이들이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알과 새끼들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숫자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멸종 위기까지 내몰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