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표범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거나 표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캣 워크’라는 이름의 행진을 벌였어요. 행사는 사우디 정부와 각국 사우디 대사관이 주관했는데요. 멸종 위기에 놓인 아라비아 표범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열렸대요. 캣 워크는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멋지게 걷는 모습을 뜻하는 말인데, 표범도 고양잇과라는 점을 활용해 이렇게 행사 이름을 붙였죠.

위키피디아

표범은 고양잇과 대형 맹수 중에서도 서식 범위가 아주 넓어서 아프리카부터 인도·중앙아시아·시베리아·동북아시아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요. 아라비아 표범은 그중 가장 몸집이 작답니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의 길이는 수컷이 약 2m, 암컷이 1.8m 정도예요.

표범은 보통 금색 또는 노란색 바탕에 장미 모양의 검은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요. 아라비아 표범은 몸통의 바탕색이 유난히 옅어 거의 흰색에 가까워요. 대신 등줄기 쪽이 상대적으로 노랗죠. 자연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표범은 빽빽하게 우거진 숲속에 주로 사는데, 황량한 사막이 먼저 떠오르는 아라비아에서 어떻게 표범이 살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나 인도, 시베리아처럼 울창하지는 않지만 아라비아 반도에도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는 지역이 있답니다. 또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는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일시적으로 비가 쏟아지면 강물이 넘쳐나는 ‘와디(건천)’라는 지형이 있어요. 와디에는 야생 염소와 영양, 바위너구리, 토끼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요. 아라비아 표범의 소중한 먹잇감이랍니다.

서식 지역 자체가 척박하다보니 먹이 활동을 위한 행동 반경이 다른 지역에 사는 표범보다 훨씬 넓대요. 과거에는 아라비아 반도와 주변 여러 중동 국가에 널리 분포했지만 지금은 서식지가 크게 줄어 오만과 예멘의 일부 지역에서만 120여마리가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고요.

먼 옛날부터 고대 아라비아 사람들은 표범을 신성시했어요. 표범의 용맹스런 모습에 반해서 힘과 용기의 상징으로 여겼죠. 하지만 이후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먹잇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아라비아 표범이 가축으로 기르는 소·염소·낙타 등을 사냥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됐어요. 표범을 박멸하기 위해 가축 사체에 독극물을 넣기까지 했대요.

여기에 중동 여러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난민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주변 자연 환경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죠. 얼마 남지 않은 야생의 서식 지역도 규모가 쪼그라들어 이대로 놔두면 멸종은 시간문제인 상황이래요.

이 때문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나라인 사우디가 최근 대대적인 보호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총리)의 지시로 2020년 아라비아 표범의 보호·복원을 주도할 기금이 설립됐어요. 이어 사우디는 2022년 2월 10일을 ‘세계 아라비아 표범의 날’로 선포했어요. 이듬해 유엔(UN)의 결의를 통해서 국제사회가 승인한 공식 기념일이 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