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한 동물원이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몸무게가 고작 13㎏인 자그마한 동물이 1.7t(톤)짜리 거대한 코뿔소에게 달려드는 모습이었어요. 코뿔소가 꼬맹이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치는 모습에 신기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어요.

이 동물은 사슴의 한 종류인 문착(muntjac)입니다. 덩치가 작아서 새끼인가 싶지만 어엿한 어른 수컷이었어요. 문착은 중국·대만·동남아·인도 등지에 분포하고 10여 종이 알려져 있어요. 문착이라는 이름은 작은 사슴을 뜻하는 인도네시아 부족어에서 유래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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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몸통 길이는 1.2m, 어깨 높이는 최고 60㎝ 정도로 우리나라 토종 사슴인 고라니와 비슷하거나 작답니다. 사슴의 조상은 5000만년 전쯤 개만 한 몸집으로 숲속을 누비고 다니던 동물이었어요. 진화를 거듭해 지금처럼 커졌죠. 문착은 사슴 중 원시적인 편에 속하는데, 우리가 아는 사슴과는 여러모로 다르답니다.

우선 별명이 ‘짖는 사슴(barking deer)’일 정도로 개를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내요. 주로 위협을 느껴 경계할 때나 무리 내에서 서열 다툼을 할 때 낸답니다. 사슴이니까 풀과 나무 열매만 먹는 초식동물일 것 같지만 잡식성이에요. 동물 사체와 새알, 심지어 작은 새와 포유동물까지 먹는대요.

하지만 사슴이 가진 고유의 특성도 갖고 있답니다. 여느 수컷 사슴처럼 뿔이 돋아요. 물론 덩치가 큰 사슴들처럼 뿔이 가지를 치며 자라나지도 않고 길어 봤자 15㎝ 정도예요. 하지만 다른 사슴들처럼 해마다 뿔이 떨어지고 새로 돋는 ‘뿔 갈이’를 하지요.

그런데 문착에게는 위턱에서 아래로 한 쌍의 송곳니가 뾰족하게 자라요. 수컷은 드라큘라가 연상될 정도로 두드러지고, 암컷은 상대적으로 짧아서 보일 듯 말 듯하지요. 이렇게 뾰족한 송곳니가 자라는 건 고라니의 특징이죠. 그런데 고라니는 사슴 중에서 드물게 뿔이 돋지 않지만 문착은 뿔과 송곳니 모두 갖고 있어요.

이렇게 뿔과 송곳니라는 무기를 장착한 수컷 문착은 자신을 노리는 맹수들과 맞서거나, 번식철 암컷을 두고 다른 수컷과 육탄전을 벌이죠. 짝짓는 시기에 성질이 몹시 드세고 거칠어진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폴란드 동물원의 문착도 원래는 코뿔소와 같은 우리에서 오순도순 잘 살고 있었는데 짝짓기 철이 되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거래요.

문착을 사냥하는 천적 중에는 호랑이·표범·들개·비단뱀 등 맹수들과 함께 사람도 있어요. 오래전부터 식용뿐 아니라 약재로도 인기가 많았거든요. 생태적 가치가 높은 데다 서식 지역이 개발로 파괴되고 있어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그런데 문착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지역도 있답니다. 바로 영국이에요. 19세기 중국에서 진기한 동물로 들여와 공원에서 키우던 문착들이 울타리를 넘어 숲속으로 퍼져나갔어요. 천적이 많지 않은 데다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 지금은 야생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는데, 영국 토종 식물들을 마구 먹어 치워 골치를 썩이고 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