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141살이던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 ‘그래마’가 세상을 떠났대요. 1928년에 이 동물원에 온 터줏대감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뼈 질환이 심각해지자 고통을 덜어주려고 안락사시켰대요.

찰스 다윈이 방문하고 진화론을 구상한 것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제도(에콰도르)에 살고 있는 이 거북은 땅거북 또는 황소거북으로도 불리는데, 다 자라면 몸길이가 1.3m에 달해요. 육지 거북 중 가장 크고, 모든 거북 중에선 바다를 헤엄치는 장수거북에 이어 둘째로 크답니다. 이름처럼 코끼리를 연상케 하는 크고 튼튼한 발이 있고 목은 유난히 길어요. 주식인 선인장의 잎과 열매가 선인장의 맨 윗부분에 있는데 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거죠.

갈라파고스제도의 여러 섬마다 코끼리거북이 살고 있는데, 섬의 기후와 지형에 맞게 등딱지 무늬와 생김새가 제각각이라 진화론을 입증하는 동물로도 유명하죠. 안타깝게도 일부 섬에 사는 무리는 멸종했대요.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고 1년까지도 견딜 수 있어, 뱃사람들이 배에 태워 신선한 고기를 얻으려고 마구 잡아 멸종 위기 종이 됐답니다.

암컷은 스무 개까지 알을 낳아요. 부화할 때 온도가 28~29도보다 높으면 암컷이 많이 태어나고, 낮으면 수컷이 많이 태어난대요.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다툴 때는 목을 쭉 뻗고, 누가 더 긴지 겨뤄 목이 짧은 거북이 물러나요. 서로 물어뜯고 발톱으로 할퀴며 살벌한 육탄전을 벌이기도 하지요.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은 동물원에서 보살피면 150살 이상도 살 수 있어요. 가장 오래 살았던 거북은 2006년 175살로 호주 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해리엇’이에요. 그런데 갈라파고스거북의 나이는 어떻게 헤아릴까요?

성장기에는 매년 등딱지의 고리 무늬가 하나씩 추가되면서 나이테 역할을 하는데요. 어른이 되면 고리 무늬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해지거나 희미해지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대요. 그래서 과거 성장 기록이나 비슷한 덩치를 가진 다른 거북과 비교 등을 통해 나이를 추정한답니다.

갈라파고스거북이 오래 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20~30살이 돼서야 번식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자라고, 먹고 배설하는 신진대사 속도도 더디다 보니 노화도 늦게 진행되지요. 야생에 천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수 배경으로 꼽히죠.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질병 면역 기능과 암 억제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도 조사됐대요. 몸이 늙어가면서 쌓이는 독성 물질 정화 능력도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죠.

여러 동물원에서 치료 가망이 없고 늙고 병약해진 포유동물·새·파충류 등을 안락사시킨답니다. 그러나 141년이나 산 ‘역사의 증인’을 안락사하는 게 옳으냐는 얘기도 나올 법해요. 이들은 사람처럼 척추신경계가 있어 질병이 심각하면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수의사들은 얘기해요. 그래서 몸무게의 급격한 감소, 뼈나 신경 등의 심각한 손상 등 여러 증상을 관찰해 안락사 여부를 판단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