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조류 사진가 상에서 대상을 받은 ‘군함조와 다이아몬드 링(The Frigatebird and the Diamond Ring). /리론 거츠만

영국의 한 환경단체 주최로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새 사진을 골라 ‘올해의 조류 사진가 상(Bird Photographer of the Year)’을 시상하는데, 올해 대상에는 개기일식(해가 달에 가려지는 현상) 중 날아가는 군함조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선정됐답니다.

군함조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바다 적도 부근과 남반구 따뜻한 지역에 살아요. 바닷새는 육지에 사는 새보다 비행 솜씨가 뛰어난데 군함조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죠. 군함조라는 이름도 뱃사람들이 보기에 빠르고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이 전투용 배인 ‘군함’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었대요. 한 번 날면 속도를 시속 150㎞ 넘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공중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거나, 수면에서 단숨에 치솟아 구름 속으로 사라지곤 해요.

오래 날 수도 있어서 방향만 잘 잡으면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도 한 번에 60㎞ 거리를 날기도 하죠. 며칠, 몇 주씩 날기도 하는데 두 달 동안 착륙하지 않고 계속 날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몸 구조는 비행에 최적화돼 있는데, 다 자란 군함조가 두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2.4m에 이른답니다. 몸무게는 아무리 많이 나가도 2㎏이 넘지 않고요. 날개를 편 길이는 맹금류(사나운 육식성 조류) 흰머리수리와 비슷한데, 몸무게는 군함조가 흰머리수리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아요. 몸집에 비해 크고 긴 날개 덕에 고속 비행과 급상승·강하에 능숙하죠.

브리태니커

군함조의 몸은 뭍에서 살기에 불리한 점도 있답니다. 멋진 날개에 비하면 발은 보잘것없이 작은 데다 물갈퀴도 없어요. 섬의 나무에 잠시 앉아 쉴 수는 있지만, 뭍에서 걸어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또 많은 바닷새는 깃털에서 끈적한 기름이 흘러나와 수면에 내려앉아도 둥둥 뜰 수 있는데요. 군함조의 깃털에는 이런 방수 기능이 없어서 수면에 잠시 내려앉았다가는 물에 흠뻑 젖어서 날아오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런 신체 특성을 이용해 군함조는 자신만의 사냥 기술을 갖게 됐어요. 바로 ‘도둑질’입니다. 제 힘으로 직접 잡기도 하지만, 다른 새가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는 경우가 더 많대요. 다른 바닷새가 물고기를 물어오는 걸 노리고 있다가 단숨에 쫓아가 꼬리나 날개를 잡아당기는 식으로 못살게 굴어요. 다른 새가 이를 못 견디고 물고 있던 먹잇감을 떨어뜨리거나, 삼킨 것을 토해 내면 잽싸게 가로챈답니다. 군함조 여러 마리가 협업해 강탈 작전을 벌이기도 한대요.

군함조의 트레이드마크는 짝짓기 철 수컷에게서 볼 수 있는 빨간 목주머니랍니다. 어떤 새들은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마음을 얻으려는 수컷들의 몸이 몰라보게 화려해져요. 수컷 군함조의 덩치는 암컷보다 약간 작은데, 짝짓기할 때가 되면 쭈글쭈글하던 부리 아래 목주머니가 선명한 빨간색을 하고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