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소방대, 의무경찰이 마지막 기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의무소방대는 2001년 설치됐다. 서울 홍제동 화재 사고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군 복무 대신 소방 업무를 수행하는 전환복무제도로 도입됐다. 그동안 2104명의 의무소방원이 소방관을 도와 화재 예방이나 구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최근 병역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제도가 폐지되면서 73기가 마지막 기수가 됐다.
“대한민국 마지막 의무소방 수방 한규연이었습니다”
22일 오전 11시 경기 오산시 국민안전체험관에서는 경기도 의무소방대 해단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경기도 의무소방원 16명 전원과 의무소방원 출신 소방관 등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달 13일 전역을 앞둔 마지막 기수인 73기 대표로 연단에 오른 한규연(22) 수방은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 아픈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목격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됐다”며 “저의 자랑 의무소방대가 사라지게 돼 무척 섭섭하지만, 가슴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해단 기념 케이크 커팅식에는 1기 의무소방원 이병현(42)씨와 의무소방원으로는 가장 마지막 군번을 받은 홍석창(23)씨가 함께 했다. 이씨는 “1기 의무소방원으로 전역한 이후 벌써 19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며 “후배들 얼굴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왔다”고 했다.
73기 장재석(31) 수방은 “마지막 기수였기 때문에 후임 없이 20개월을 보냈다”며 “그래서 선임, 동기들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장씨는 “직원분들의 배려를 받아 복무를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 후 입대한 이모(25) 수방은 복무 중에 소방관의 꿈을 가졌다고 했다. 이씨는 “복무 기간 전체를 막내로 보내 힘들기도 했지만 구급이나 화재 현장 등을 다니며 보람찬 순간에 함께하면서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며 “의무소방대의 마지막 기수인 것이 자랑스럽고, 반드시 소방관 시험에 합격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태어난 지 5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의무소방원 출신 소방관 장석원(30)씨가 참석하기도 했다. 장씨는 “한 아이의 아빠가 돼서 후배들을 보며 지난 복무 시절을 추억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청춘을 보냈던 의무소방대가 사라진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행사가 끝나자 소방관들은 의무소방원들을 끌어안으며 “고생했다” “잘지내야 돼”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의경 마지막 기수인 1142기 208명은 지난 17일 전역했다. 의경 제도는 1982년 12월 창설 이래로 4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동안 의경은 집회·시위 현장이나 교통질서 유지, 범죄 예방 활동 등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군대 대신 경찰청 소속으로 입영해 어깨에 ‘무궁화 봉오리’ 계급장 하나 달고 18개월간 복무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2013년 전투경찰순경이 사라진 후에는 전경의 임무까지 함께 수행해왔다. 지금까지 의경으로 복무한 인원은 총 49만9000여명에 이른다.
“40년 넘는 역사의 마침표를 20대들이 찍고 떠나는 건가 싶어 묘한 기분이 드네요.”
경기 과천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의경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박종우(22)씨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142기 의경 208명이 입대 후 경찰학교에서 3주간 교육을 받을 당시 교육생 대표를 맡았다. 박씨는 의경으로 18개월간 복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꼽았다. 당시 박씨는 과천서 방범순찰대 의경 동기 31명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벌어진 반미(反美)·반(反)정부 시위에 대응했다고 한다. 경찰 지망생인 그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박씨는 “경찰관들과 함께 집회 현장을 나가면, 때론 집회 참가자들에게 조롱과 협박을 들을 때가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시민들 안전을 위해 경찰, 의경들이 현장을 끝까지 지켜내 뿌듯하다”고 했다.
의경 폐지는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 방안’을 국정 과제로 확정하면서 비롯됐다. 2018년부터 의무경찰 인원을 매년 20% 감축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들을 현역 자원으로 돌리겠다는 내용이다.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이 줄어든 이유가 컸다. 경찰은 이 의무경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기동대를 확대해왔다. 경찰 기동대는 2019년 28부대에서 현재 54곳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집회 현장 등에서 의경이 맡아왔던 비중이 적지 않았던 만큼, 기동대가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