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운영한다. 중위 소득의 30%를 보장하는 생계 급여와 주거 안정에 필요한 임차료를 지원해주는 주거 급여가 핵심 항목이다. 중위 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배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가구의 소득액이다. 가구수별 중위 소득은 2022년 기준으로 1인가구 194.5만원, 2인가구 326만원, 3인가구 419.5만원등이다. 가구수별 기초생활보장은 이 금액에 30%를 곱해 1인가구 58만원, 2인가구 98만원, 3인가구 125만원이다. 이 금액에서 자기 소득을 뺀 만큼을 지원해서 30%를 맞춰주는 방식이다. 가령 혼자 사는 사람이 30만원을 번다면 28만원, 3인가구가 100만원을 번다면 25만원을 생계 급여로 국가가 지원한다. 극빈층을 대상으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 규모다. 대한민국 위상에 비춰 너무 빈약한 사회안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안심소득 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가구수별 중위소득의 85%를 기준소득으로 잡고, 기준 미달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가령 중위소득이 200만원일 경우 그 85%인 170만원을 기준소득으로 잡고 월 소득이 150만원인 가구는 기준소득 미달액인 20만원의 절반인 10만원, 월 소득이 100만원인 가구는 미달액 70만원의 절반인 35만원을 안심소득으로 지원한다. 다만 기존에 받고 있던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초연금등 현금성 급여는 차감된다. 서울시는 3년간에 걸쳐 안심소득 실험을 진행한다. 1단계 사업이 작년 7월부터 시작됐다.
금천구에서 두 자녀 키우는 76년생 A씨는 월 소득이 194만원이다. 22년 3인가구 중위소득은 419.5만원, 그 30%인 125만원을 넘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아니었다. 419.5만원의 85%인 기준소득 356만원에서 자신의 소득 194만원을 뺀 162만원의 절반 81만원을 안심소득으로 받는다. 은평구에 사는 64년생 B씨도 3인 가구다. 자기 소득이 전혀 없어 기준소득 356만원의 절반 178만원 전체가 안심소득이다. 다만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생계급여 125만원과 주거급여 8만원등 133만원을 지급받고 있었기 때문에 차액인 45만원만 지원된다.
이런 개별 사례를 통해서 안심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보완하는 효과가 몇 가지 확인되고 있다. 우선 수급 대상자가 늘어난다. 기존에는 중위소득 30% 미만인 극빈층만 복지 대상이었는데 금천구 A씨처럼 중위소득의 46%에 해당하는 소득으로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도 안심소득을 받는다. 서울시 전체 385만 가구중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6만 가구로 6.7%에 불과했다. 반면 중위소득 85% 미만 안심소득 수급 대상은 127만 가구로 33%다. 지원 대상이 다섯배 가량 늘어난다.
기초생활생활 보장 대상자들도 지원금액이 늘어난다. 은평구 B씨처럼 안심소득을 추가로 지급 받게 된다. 1차 시범 실시에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은 안심소득 도입으로 손에 쥐는 돈이 1인가구는 월 평균 50.4만원에서 65.3만원, 2인 가구는 73.6만원에서 94.8만원, 3인 가구는 101.4만원에서 120.6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27.6만원에서 151.7만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기초생활보장에 비해 대상 범위와 지원 규모 둘 다 두터워 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심소득 제도가 놀고 먹는 빈곤층들을 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현 기초생활보장 제도에서는 중위소득 30% 이상 직업이 아니라면 일할 필요가 없다. 2022년 기준으로 3인 가구의 경우, 놀거나 월급 100만원을 받고 일하거나 손에 쥐는 돈은 똑같이 125만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 소득이 도입되면 노는 사람은 기준 소득 356만원의 절반인 178만원, 100만원 봉급자는 (356만-100만)/2=128만원 안심소득을 합해 228만원을 각각 손에 쥔다. 일하면 월급의 절반인 50만원이 더 생긴다. 기초생활보장 제도아래서 놀면서 나라로부터 125만원 받던 사람들이 좀더 많은 돈을 손에 넣기 위해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동 공급을 늘려 국가 총생산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그 사람들에게 지급되던 기초생활보장 급여만큼 국가 예산도 절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심소득은 소득액 기준으로만 지급되므로 기초생활보장처럼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같은 다른 자격 요건을 따지지 않아 행정비용이 절약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500가구를 목표로 모집했던 안심소득 1차 사업에는 약 68배인 3만 3803가구가 신청해서 소득, 재산조사와 무작위 표본추출 과정을 거쳐 484가구가 선정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안심소득 지급에는 월 5억원 내외 예산이 소요됐다. 올 7월부터 실시되는 2단계 사업에는 1100가구가 추가돼 총 1600가구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2차 사업까지 마치고 나면 서울시 중위소득 85%이하 127만 가구 전체의 안심소득 소요 재산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 33%는 안심소득, 그 이상은 기본소득이 유리]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지구촌 전체의 고민이다. 좌파 진영 일각에선 기본 소득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전 국민에게 똑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때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한 재난 지원금으로 맛보기 실험을 거쳤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 지급을 약속하면서 매표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지난 대선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놨었다.
우파진영은 기본소득이 빈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지급되기 때문에 소득분배 효과는 전혀 없으면서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한다면서 반대 입장이다. 그 대안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음(陰) 소득세’ 도입을 주장한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세금을 걷는 대신 반대로 생계수준 미달 금액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안심소득은 이 ‘음 소득세’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노동경제학자 박기성 교수가 2016년 저서에서 설명한 안심소득에 공감한 오세훈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 100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1000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할 경우 1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미만 서울시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 약 7.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연 100만원 기본소득은 월 8만원 정도로 3인 가족이면 24만원이다. 반면 안심소득은 금천구 A씨 가족은 81만원, 은평구 B씨 가족은 45만원등 훨씬 금액이 많다. 드는 돈은 더 적은데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은 곱절이상이다. 기본소득은 전체 주민에게 지급하는 반면, 안심소득은 하위 33% 저소득층에게 집중 지원하기 때문이다. 7.5조원 재정 부담도 버겁다면 기준소득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 가령 중위소득 75%를 적용할 경우 안심소득은 금천구 A씨 60만원, 은평구 B씨 24만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여전히 기본소득 이상 지원이 이뤄지면서 소요 재원을 절감할 수 있다.
도표에서 기본소득 그래프는 기울기가 변하지 않으면서 전 국민 소득이 똑같이 늘어나는 반면, 안심소득 그래프는 중위소득 85%인 기준소득보다 낮은 구간에서만 소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기준소득 이하인 하위 33% 계층에서는 안심소득이 유리하고, 소득이 그 이상인 사람에게는 기본소득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