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8시 전국 최대 과일 도매시장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한 창고. 강모(41)씨가 창고에 쌓인 수십 개 과일박스 더미에서 샤인머스캣과 한라봉을 하나씩 골라 조심스레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새벽 과일 경매에서 사온 과일 중 상태가 좋은 것들을 골라 놓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켜서 한 포털사이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해 공지를 올린다. ‘샤인머스캣, 한라봉이 오늘 싱싱하고 좋습니다’ 같은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SNS에 강씨가 개설해 둔 계정 회원 수는 현재 약 3300명. 공지를 본 고객들이 “한라봉 10개 주문하고 싶어요”라는 식의 댓글을 달면 포장해서 소비자에게 그날 바로 배송한다. 이날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주문이 30건 들어왔다.
강씨가 SNS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시작한 것은 작년 3월부터다. 처음에는 과일 도매상인 장인어른이 코로나 사태 등을 겪으며 매출이 고꾸라지자 함께 일하며 도움을 드리려 했던 것인데, SNS 판로를 개척한 후 3000명 넘는 고객을 보유한 이른바 ‘인플루언서’가 됐다. ‘매주 딸기 한 박스씩 보내주세요’ 같은 정기배송이나 ‘파티용 빨간 과일 꾸러미를 만들어달라’는 댓글에도 맞춤 서비스를 해주면서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가락시장에서 이처럼 SNS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곳은 강씨네뿐만이 아니다. 가락시장의 도매업자들과 이들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소매업자들까지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 쿠팡, 마켓컬리 등 대기업들이 ‘산지 직접 배송’을 내걸었다면 이들은 ‘당일 도매, 당일 배송’을 내세운다.
과일 장사 15년 차인 도매상 이동준(42)씨도 작년 9월부터는 SNS로 직접 고객과 연락하며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갈수록 도매만으론 한계가 있는 거 같아 고민이 컸다”면서 “주문이 들어온 만큼만 팔면 되니 재고를 보관하거나 처리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용을 아껴 매장에서 1박스에 5만원에 파는 딸기를 SNS에서 6000~7000원 더 싼 가격에 팔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도매시장 상인들이 SNS를 활용해 고객과 접점을 만들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 같다”며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고 편하게 과일을 사고 판매자는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