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졌으니까 뺨 대.”

충북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김모(25)씨는 최근 이같이 말하는 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쉬는 시간 모든 교실에서 딱지치기 판이 벌어지고 일부 학생은 진 학생 뺨을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며 “최근 학부모들에게서 ‘애가 집에서 오징어게임을 따라 하지 않게 지도 부탁 드린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반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오징어게임 영상 시청에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일러스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어린이 미디어 노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익숙한 놀이와 함께 폭력적인 장면이 섞여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오징어게임의 내용이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 모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38)씨는 “얼마 전 아이가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더라”며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중간에 ‘너 움직였지? 헤드샷(머리에 총을 쐈다는 의미) 탕탕’이라고 말해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실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전체 이용가 게임 앱(로블록스)에 ‘오징어게임’을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이 나온다. 오징어게임에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게임 등에서 지면 드라마에서처럼 죽는 식이다. 네이버에 ‘할로윈, 오징어게임, 아동복’으로 검색하면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옷을 따라 한 2000여 개 상품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손모(39)씨는 “오징어게임을 직접 보지는 않았어도 게임이나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요약 영상으로 오징어게임 내용을 모르는 친구들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징어게임 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징어게임은 엄연히 성인물이고, 폭력성이나 잔인함의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어른들의 몫이다” 등의 우려 섞인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숨기면 숨길수록 궁금증이 커져서,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튜브 등에 관련 영상이 뜨면 곧바로 정지를 누르도록 가르쳐야 한다” 등 오징어게임에 노출되는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행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이 미디어를 따라 하는 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오징어게임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완전히 통제하기는 어렵더라도 ‘옳지 않은 행동이다’라는 걸 교사나 부모들이 잘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