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 백신 맞았는데, 이번 추석에는 얼굴 볼 수 있니?”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여·39)씨는 지난달 말 강원도에 사는 60대 시어머니와 통화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추석, 올해 설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심하니 오지 말라”며 말렸던 시부모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를 2차 접종까지 마치고, 가족들 얼굴을 못 본 지 1년 반이 넘어가자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김씨는 “부부와 애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며 “멀리서 제사를 지내는 것도 힘들고 여러 사람 만나는 것도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남편은 은근히 고향에 가고 싶은 눈치인데 친정도 안 가기로 합의했다”며 “주변에 비슷한 이유로 고향에 안 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백신을 맞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고향 방문을 둘러싼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내려졌던 지난 설과 달리, 이번 추석엔 전국 가정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해 8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졌다. 또 9일 기준 60세 이상 백신 접종 완료율도 85.4%로 높다 보니, 자녀들의 방문을 은근히 기다리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30대(접종률 28.3%)·40대(23.0%)를 비롯한 50대 이하의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20%대로 낮은 데다, 명절에 장거리 이동·차례 등 고향 방문을 피하려는 일부 젊은 층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세대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정모(35)씨는 “부모님께서 ‘잠깐 얼굴만 보고 가라’고 했지만, 백신을 1차만 맞았고 아이들도 있어 조심하는 차원에서 가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가 코로나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2차까지 맞고 혼자 다녀오려고 생각 중”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취업 언제 하냐고 잔소리 들을까 봐 ‘백신 핑계’를 대고 못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 커뮤니티 등에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 일어났던 가족 간 갈등이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잠잠했지만, 점차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조금씩 터져 나오는 형국”이라며 “공동체의 기본이 되는 가족을 복원하려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