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66개 지자체가 지자체장 직함이나 직인을 찍어 주민들에게 기부물품이나 이용(할인)권 등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 중 조례에 근거없이 기념품을 제공한 인천지역 기초지자체장 1명을 고발조치하고, 나머지 65개 지자체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울산 울주군이 이용권에 군수 직함과 직인을 찍어 만 70세 이상 주민에게 배부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량 회수한 효도이용권. /김주영 기자

선관위는 23일 “지자체장 직명을 밝혀 선거구민에게 기념품 등 이익을 제공한 지자체장 1명을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고, 65곳은 시정명령 조치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은 법령이나 대상, 방법,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근거가 없으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조례에 근거한다 해도 표창·표상하는 경우를 빼면 지자체장 직명이나 이름을 밝히거나 그가 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방법으로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선관위는 “고발된 지자체장의 경우 법령이나 조례 범위에서 벗어나 관내 65세 이상 전체 선거 구민에게 6200만원 상당 기념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지자체들의 경우 조례에는 근거가 있으나, 무료(할인)이용권에 지방자치단체장 직명을 표기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시정명령은 사법조치가 아닌 행정처분으로, 만약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법상 선관위가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조치할 수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울산 울주군수가 70세 이상 주민에게 장당 5000원의 효도이용권에 직함과 직인을 표기해 제공한 것이 선거법을 위반 했다는 본지 보도(2021년 5월 14일자 A10면) 등에 따라 한 달간 선관위가 전국 지자체를 조사한 것이다.

[울주군수, 직함까지 찍고 2만명에 ‘효도 이용권’ 10억]

앞서 울주군은 만 70세 이상 주민에게 목욕, 이발·미용비 지원을 위해 효도이용권을 지급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란 지적이 나오자 이용권을 전량 회수하고 새로 발행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내년으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기부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위법 행위 발생시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경위나 위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면 시정명령 이상의 처분을 내리는 요소로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