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이 남성은 원심에선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 법원이 살인 혐의를 확정적 고의 대신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해로 인정하면서 7년이 감형됐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음에도 저지른 범행을 뜻한다.
수원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수)는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2월3일 오전 4시쯤 경기 시흥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내 다용도실을 밀폐한 뒤 번개탄을 피워 생후 13개월 아들 B군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1월31일~2월2일 B군을 음식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 채 집을 비우는 등 방임행위를 하는가 하면 순간적으로 미운 생각이 들어 이마를 2차례 밟아 폭행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다고 의심한 A씨는 이복형으로부터 ‘B군이 아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에 더 큰 의심을 품게 됐다.
이에 같은 해 2월 A씨는 번개탄을 구입한 뒤 화장실 창문, 환풍기 등에 테이프를 붙여 밀폐했다. 또 B군을 다용도실 바닥에 둔 채 아내와 형 등에게 “이 문자가 가면 나는 자살했다는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예약문자가 같은 날 밤 발송되도록 하고는 화장실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그러나 A씨는 연기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엎드린 채 정신을 잃었고, 그날 밤 문자메시지를 받은 형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연기가 스며든 다용도실에 있던 B군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나왔다.
검찰은 B군이 숨지는 순간에도 A씨가 맥주를 마시며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포르노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명백한 계획적 살인임을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A씨가 B군을 같은 해 1월 어린이집에 맡기는 등 최소한의 양육을 했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고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 동시에 고의의 정도로 비춰보면 미필적 고의를 넘어서 A씨 범죄를 ‘확정적 고의’로 판단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가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해 B군을 살인한 것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복형으로부터 친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A씨는 실제로 B군을 계속 양육했고 유전자 검사도 실행하지 않는 점을 보면 친자여부를 정말 의심했는지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와 B군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차이만 들어도 이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의 처나 이복형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예약문자를 저장해 B군을 발견 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비록 불충분하지만 아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정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어 이 부분 항소에 대한 A씨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