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 두마리의 배웅을 받으며 첫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사셔도 배달하는 데 불편한 건 없고, 사시는 호수 빼고는 다 직접 들어가서 배달해요.”

11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인 이곳에 1년 동안 택배를 배달했다는 김모(24)씨는 단지 내에 차량을 주차한 뒤, 택배 상자를 내리며 이런 말을 했다. 김씨는 “단지에 출입할 때 차량 번호만 확인하고 그 외에는 별다른 확인 절차가 없다”며 “가끔 대통령 사시는 곳에 택배가 오면 1층에 맡겨두는데, 경비하는 분들이 대신 배달해줘서 편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10일 취임한 이후 서초동 자택에서 출근하는 모습이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사상 첫 ‘도심 관저’인 아크로비스타의 풍경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크로비스타 배달 가보신 분, 검색 당하나요?” 등 우려가 담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자택을 자주 드나드는 택배기사들과 주민들 사이에선 “경비 인력은 늘어났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인근에 2년 동안 택배를 배달했다는 이모(41)씨는 “친구들에게 아크로비스타 간다고 하면, 일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냐 등 얘기 듣는데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나중 가면 대통령 집에 배달한 게 자랑거리 되지 않겠나”고 했다. 다른 50대 택배기사 이모씨는 “취임식 이후 낮에 경비서는 분들이 조금 늘어나긴 했는데, 단지 입구 게이트에서 차량 번호를 보는 것 외에 신분이나 물건을 검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전경/뉴스1

실제로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쯤까지 아크로비스타 단지 안팎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행선지를 묻거나 신원을 검사하는 풍경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장 차림새에 한쪽 귀에 이어폰을 착용한 경비 인력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2명, 각 동별 출입구 및 내부에 1~2명 등이 있었다. 경비 근무를 서던 한 경찰 관계자는 “주민이 아니면 단지 내로 못 들어가게 하고 있지만, 주민인지 여부를 검사해서 불편하게는 안 한다”며 “경찰이 단지 안팎에 모두 배치돼 있고, 현관부터는 카드를 찍어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단지 출입구에서는 차량 번호를 다 확인해서 경찰이 별도 차량 확인을 하지는 않는다”며 “대통령 호수에 들어가는 택배만 경호처에서 따로 검사하는 걸로 안다”고도 했다.

아크로비스타 주민들 사이에선 “대통령 취임 이후 특별히 불편해지거나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김모(56)씨는 “대통령의 출퇴근 시간이 언제라는 것까지 알게 되니 신기하다”며 “아침에 잠깐 차가 붐비지만 견딜만 하고, 그 외에 생활하는 건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김지나(30)씨는 “7살 딸아이가 아파트에서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뒤에 유치원에 가서 대통령을 봤다고 자랑한다”며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아파트를 떠나시는 날 아이들과 함께 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모(62)씨는 “낮 시간대엔 통학버스도 단지 내로 들어오고, 출퇴근 시간 외에는 차를 못 세우게 하는 건 못 봤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는 “대통령 퇴근시간에 딱 걸려 (아크로비스타를) 지나갔다, 복권 사야겠다”라며 대통령의 출퇴근길 모습을 인증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출근길 교통 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 우려는 여전하다.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출근한 11일부터 12일 모두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까지 8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관저로 사용할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한 달 동안 자택에서 출퇴근할 계획이다.

이틀간 큰 교통 혼잡은 없었지만, 일부 구간의 교통 통제로 차량이 제 때 순환되지 않아 불편을 느낀 시민들이 있었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1)씨는 “평소 7시 반쯤 집에서 나와 반포대교를 타고 중구 사무실로 출근하는데, 차가 막힐까봐 취임 이후론 30분 정도 일찍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반포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한강대교 중 매일 출근길이 다를 수 있다는데, 어디가 막힐지 어떻게 아냐”는 불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