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이르핀에서 아기를 안고 피란길에 오른 여성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 AP연합

“어디다 돈을 내야 내 돈이 잘 쓰일까” “기부단체가 자체 사업비나 마케팅비, 모금비로도 많은 돈을 쓴다는데...”

“전쟁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다”는 기부 문의도, 실행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동시에 “내 기부금이 현지에 얼마나 들어갈까”하는 의문도 커진다. 많은 단체들이 직접 구호비용 외에도 조직과 단체를 운영하거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비용을 줄여 직접 구호활동에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단체는 어디가 있을까. 국내 유일 민간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에 문의해봤다. 한국 가이드스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기부 모금을 진행 중인 국내 기부단체는 12곳. 메디피스, 전국재해구호협회, 고려인마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더 프라미스, 따뜻한 하루, 아드라코리아, 월드프렌즈, 월드비전, 컨선월드와이드한국 등(지난 3일 기준)이다.

가이드스타가 이들 12개 단체의 회계 자료를 토대로 기부금이 공익사업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우선 들여다봤다.

◇기부단체 회계자료 평가해 보니

가이드스타가 국세청의 공시(각 단체의 3년간 결산자료 등)를 토대로 △비용지출 효율성 △모금 효율성 △모금 활동비 등 3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비용지출 효율성은 공익목적사업에 사용된 비용 중 실제 사업수행에 사용한 비율, 모금 효율성은 전체 기부금 가운데 모금활동에 사용한 비율, 모금 활동비는 공익목적사업에 쓴 비용 중 모금활동에 사용한 비율이다.

가이드스타는 “전국재해구호협회, 아드라코리아,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따뜻한 하루, 대한적십자사 등 5곳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세청 자료에 기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비용지출 효율성이 95.2%, 모금 효율성 1.1%, 모금활동비 1.3%였다. 공익사업으로 한해에 1억원을 썼다면, 이중 단체를 관리하거나 모금 진행에 쓴 돈을 제외하고 공익사업에 실제 지출한 비용이 9520만원이라는 의미다. 실제 기부금이 필요한 곳으로 어느 정도가 가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이해하면 된다. 이 지표가 가장 낮았던 단체는 27.8%였다. 각각 33.4%, 49.3%로 50%에 미치지 못한 곳도 2곳 있었다.

모금효율성이 1.1%라는 것은 기부금 1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마케팅, 홍보비용 등 모금비를 110만원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모금활동비가 1.3%면 전체 공익사업비가 1억원일 때 모금을 위해 쓴 돈이 130만원이라는 뜻이다. 기부금으로 모금활동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가이드스타는 “3가지 기준으로 12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아드라코리아는 만점”이라고 밝혔다.

◇평가 상위 5곳 추려보니 의외의 이름이...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 방송사, 신문사, 사회단체 등이 힘을 합쳐 설립한 민간 구호단체다. 1959년 태풍 ‘사라’ 피해자 돕기 모금 운동을 시작으로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하는 법정 구호단체로 성장했다. 송필호 전 한국신문협회장이 회장이다. 협회는 “지난 60년 동안 1조5000억원 규모 성금과 5000만점 이상 물품을 재난 피해 이웃에게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드라코리아는 제1차 세계대전 피해자를 돕기 위해 1956년 미국에서 설립된 구호단체 아드라의 한국 지부다. 아드라는 2019년 기준 전세계 11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1630만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국지부는 1995년 설립. 개도국 아동 교육지원 사업, 국내외 긴급구호 사업 등을 한다. 지난해 후원자는 1600여명, 강순기 대표와 상근직원 6명이 근무한다. 아드라코리아는 “설립단체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지만, 종교를 떠나 별도 독립된 비영리단체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은 UN 아동권리협약과 아동 최우선 원칙에 입각한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의 사단법인이다. 굿네이버스는 1991년 설립돼 국내외 40개국 아동과 지역주민 구호개발사업, 아동복지, 교육 사업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인종, 종교, 사상, 지역을 나누지 않고 빈곤, 재난,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따뜻한 하루 여러 구호단체와 조직에서 활동하던 김광일(49) 대표가 지난 2016년 투명성 높은 단체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단체다. 80만명에게 ‘따뜻한 하루’ 메일링 서비스를 하며 기부자를 모은다. 정기 후원자가 약 7000명이고, 상근 직원은 7명. 아동센터, 미혼모센터, 저소득층 노인 지원이 주요 사업이다. 종교단체와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 칙령으로 탄생한 구호단체다. 임시정부 시절 독립군 활동을 지원하고, 6·25 당시 전쟁 피난민을 지원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재난구호, 공공의료, 남북교류, 혈액 등이 주요 사업이다. 신희영 서울대 의대 소아과 교수가 회장이고, 직원은 4200여명이다. 적십자사는 “117년 동안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도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적십자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동부에 위치한 임시 난민 거처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소년이 응급용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회계 기준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다만 회계 기준상 상위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부단체가 돈을 허투루 쓴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비용지출효율성, 모금효율성은 모두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한 평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기부금 등 사안별로 모집하는 기부금이 전부 이 비율에 따라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모금에 대해선 단체는 재량에 따라 지원 비율을 정할 수 있다. 평소 만원 중 7000원을 실제 공익사업에 쓰던 단체라도, 우크라이나 관련 구호사업에는 관련 모금액에 대해선 전부를 지원사업에 쓸 수도 있다.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단체마다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고, 구호사업단체나 연구단체 등은 성격에 따라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구호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 비용 등을 전부 헛돈으로 폄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공시 의무가 없는 작은 단체들은 아예 회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빠지기도 한다.

평가대상인 기부단체를 통하지 않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직접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배우 이영애가 1억원, 가수 양동근이 1000만원을 기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기부금을 받기 위한 특별 계좌를 열었고, 지난 4일 23억원이 넘게 모금됐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에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사관은 지정 기부금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기부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받지 못한다.

배우 이영애(왼쪽)씨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1억원을 기부했다. 오른쪽은 이씨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보낸 수표와 편지. /장련성 기자·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트위터

◇ “내가 기부한 돈,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싶다”

그럼에도 기부자들이 기부금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공시 기준 1만500여곳의 공익법인이 8조6000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하지만 기부금 중 투명성을 제대로 검증받는 경우는 10% 정도 뿐이고, 비영리 공익법인 10곳 중 6곳은 독립된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해외에선 채리티네비게이터, 기브웰 등 기관들이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평가·검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가이드스타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외부 회계감사를 두는 등 평가기준에 부합한 곳은 공익법인 1만500여곳 중 600곳 정도였다. 가이드스타는 “다양한 평가척도가 개발돼 기부자가 자신이 낸 기부금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