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성 대신 마음대로 정하면 안 될까요?”
출생신고 시 부부가 자녀의 성(姓)을 협의해서 정한다는 여성가족부의 계획에 대해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가 29일 설문 조사한 20대(代) 학부·대학원생 100명은 ‘정부의 개정안’을 가장 선호(47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처럼 ‘아빠의 성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답변(22명)은 ‘부모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성을 골라야 한다’는 대답(31명)보다 낮았다. ‘성과 본은 가족의 뿌리’라는 생각이 Z세대에겐 통하지 않는 것이다.
본지가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20대 젊은 남녀들은 ‘성’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드러냈다. ‘정부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정다현(26·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씨는 “혼인신고 시점에 자녀 계획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이들도 있을 텐데, 혼인신고 이후에 자녀 성을 못 바꾸게 하는 현 제도는 유연성이 없다”고 했다.
‘성을 자유롭게 고르자’는 대답도 3명 중 1명꼴로 많았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김씨, 어머니가 이씨인데 자식은 한씨나 정씨를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연세대 신학과 1학년 최바다(20)씨는 “같이 산 경험 등 다른 방법으로 가족을 규정할 수 있는 만큼 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씨는 더 이상 개인을 규정짓는 중요 요소가 아니다”라고 했다. 본인의 이름인 만큼, 부모가 아닌 자녀 스스로 나중에 원하는 성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본지 조사 결과를 접한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Z세대는 자녀의 정체성을 부모가 결정짓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성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