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정희국 소방위의 유해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된다.
울산소방본부는 울산시 남구 옥동 공원묘원에 있는 정 소방위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한다고 20일 밝혔다. 21일 예정된 안장식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가족장 형태로 유족과 지인, 일부 동료 소방관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해 진행된다.
정 소방위(당시 41세)는 지난 2019년 8월5일 울산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직무 수행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 때문이었다. 지난 2016년 10월 온산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정 소방위는 태풍 차바 내습으로 불어 난 강물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정 소방위는 동료이자 후배인 고(故) 강기봉(당시 29세) 소방교와 함께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인근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어난 강물로 고립돼 전봇대와 가로등을 붙잡고 버티다 결국 물살에 휩쓸렸다. 정 소방위는 약 2.4㎞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강 소방교는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끼던 후배를 잃은 슬픔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던 정 소방위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동료들에겐 종종 “먼저 간 기봉이에게 미안하다”며 자책했다고 한다.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정 소방위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정 소방위의 차 안과 휴대전화 등에서는 “너무 괴롭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정 소방위 사물함엔 먼저 세상을 떠난 강 소방교의 근무복이 함께 걸려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2019년 12월 정 소방위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 신청을 했고, 지난해 5월21일 인사혁신처가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입은 재해가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으로 인정된다”며 순직을 승인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에 대해 일반 순직이 인정된 경우는 있었으나, 위험직무 순직이 인정된 것은 정 소방위가 처음이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6일 정 소방위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같은 달 11월25일엔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울산시와 울산소방본부는 지난해 11월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정 소방위에게 1계급 특별승진 임용장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직무수행 중 후배를 잃은 슬픔에 오랜기간 고통을 겪다 숨진 동료에 대해 순직 처리와 함께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고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어 소방인 모두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며 “정 소방위가 이제라도 평안히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