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방역조치에 터진 불만 -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관계자들이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모형 철창 안에서 죄수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했다. /채제우 기자

코로나에 따른 영업 제한·중단 조치를 1년 가까이 감내해 온 자영업자들이 마침내 폭발했다. 새해 들어 전국 곳곳에서 불복(不服)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자영업자가 모든 손해를 떠안는 상황이 지속되자 마침내 정부를 상대로 반기(反旗)를 든 것이다.

5일 헬스장 점주들로 구성된 한국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는 전국 각지에서 영업을 강행하는 ‘오픈 시위’를 이틀째 이어갔다. 현재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지역 헬스장에는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져 있다. 시위 첫날인 4일에는 전국 약 300곳이 문을 열고 실제로 손님을 받았다. 손님은 받지 않되 불을 켜고 항의의 뜻을 밝힌 곳도 700여곳이었다. 협회 고경호 실장은 “전국 헬스장 점주들로부터 동참하겠다는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고 했다.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부에게 '실효성'있는 '형평성' 있는 정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24일부터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유흥업소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광주광역시의 유흥업소 700여곳은 5일부터 17일까지, 오후 7시부터 세시간 동안 간판에 불을 밝히고 매장을 열기로 했다. 대신 손님은 받지 않는 ‘점등 시위'를 진행한다. 고남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 사무국장은 “업종을 가려서 진행하는 현재 방역 수칙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17일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호프집·PC방 업주들은 5일 정부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강제로 영업 제한을 시키면서, 이에 따른 손실은 보상해주지 않아 자영업자의 재산권·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전국 카페 점주들이 모인 전국카페사장연합회도 7일 보건복지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매장 영업 중단’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이날 밝혔다.

“체육교습소는 되고 체육관은 안되고… 대체 기준이 뭐냐”

‘죄명: 실내체육시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남녀 두 사람이 이 같은 글씨가 새겨진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채 까만색 모형 철창에 갇혀 있었다. 이들은 정부의 헬스장 영업 제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나온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PIBA) 회원들이다. 박주형 PIBA 대표는 “2020년 4월 첫 거리 두기 영업 제한 당시부터 정부는 유독 실내 체육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며 “코로나 조기 종식을 위해 눈물을 삼키며 집합금지 조치에 순응했지만, 정부는 우리 희생은 당연한 것인 양 실내체육시설업에 다시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비슷한 체육 활동을 하는 업종이라도 ‘실내 체육시설’로 등록하지 않고 ‘교습소’로 등록한 태권도장 등은 제한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준 없는 잣대에 대한 항의였다. 박 대표는 “집에 아이가 있고 가족이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제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호프집·PC방 업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의 코로나 영업 제한 조치는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정당한 규정이 없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뉴시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합 금지 조치가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다양한 업종에서 자영업자들의 집단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1년 가까이 막대한 매출 손실을 감수하며 정부의 방역 요청에 협조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폭증하고 영업 제한 조치도 완화될 기미가 없어서다. 이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고무줄 잣대다. PIBA 관계자는 “태권도장이나 발레학원 등은 ‘학원’으로 분류돼 제한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헬스장은 영업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헬스장 점주들은 민주당사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틀째 ‘오픈 시위’를 이어갔다. 방역 당국이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이에 정면으로 맞서 손님을 받은 것이다. 5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에선 30대 남성 1명이 기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헬스장의 고경호 실장은 “회원 20여 명이 방문해 운동을 하고 갔다”며 “전국 각지에서도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PT 전문 헬스장에서도 관장 유모(32)씨와 트레이너가 함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유씨는 “12월을 완전히 쉬면서 손실 금액만 700만원이 넘는다”며 “4일부터 영업을 재개해 오늘까지 회원 2명이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사실 더는 버틸 수 없어 이달 말 폐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에 방문한 대학생 이민영(27)씨는 “9년째 운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운동을 쉰 적이 없어 고마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며 “다른 업종과 동시에 문을 닫으면 모를까, 정부 조치에 형평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업종 불문 확산하고 있다. 광주 지역 700여 유흥업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간판과 매장에 불을 켜고 업소 문을 열어두는 ‘점등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남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 사무국장은 “유흥주점은 원천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하고 대출도 제한돼 타격이 극심하다”고 했다.

카페와 코인노래방 업주들도 집단 행동에 나섰다. 카페 사장들이 모여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6일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대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정부세종청사 앞 시위도 예고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도 5일 “강제 영업 중단 조치만 5개월 이상 당했다”며 “18일 이후에도 이어지는 영업 중단 조치에는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서울 각지에서 호프집과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 8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 근거인 감염병 예방법과 지자체 고시(告示)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방역을 이유로 영업은 중단시키면서 막상 해당 조치로 인한 업주의 손실은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한다는 한모씨는 “그간 영업 제한 조치에 흔쾌히 협조해왔지만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업 제한 조치가 강화된 12월 매출액은 전년의 2.8%에 불과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최대 300만원의 3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매출 손실은 물론 앞뒤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하기에 턱없이 적은 금액이고 월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