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공세가 집중될 수 있는 ‘핵심 타깃’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핵심 섬 7곳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하르그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600㎞ 이상 떨어진 페르시아만 깊숙한 지점에 있다. 이에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한 7개 섬이 우선적으로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지상군을 파견할지 묻는 질문에 29일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가능할 수 있다”며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지상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7개 섬이 호르무즈 개방 열쇠

CNN은 호르무즈 해협 안보의 요충지 역할을 하며 ‘불침항모’라 불리는 섬 7곳이 미 지상군의 표적으로 거론된다고 29일 보도했다. 이 중 이란 남부 해역에 도착한 미군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할 때 먼저 마주치게 되는 건 이란 본토와 가까운 호르무즈·라라크·케슘·헨감 4개 섬이다. 이를 지나면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영유권을 다퉈 온 아부무사·대(大)툰브·소(小)툰브 3개 섬이 있다. 7개 섬을 잇는 곡선이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아치형 방어선’이다. 최근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사망한 알레레자 탕시리 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사령관은 지난해 “이 섬들을 집단 무장시키고 작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진영

군함이나 대형 유조선이 좁고 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 섬들에 인접한 항로로 항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려면 이 섬들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일본 오키나와와 미 본토 캘리포니아에서 증파된 해병대 약 5000명이 이 섬들을 장악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상군이 상륙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공격용 소형 고속정 등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상당한 위험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군 함정에 탑재된 항공기·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비행 속도가 느려 이란 방공망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섬을 점령한 뒤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이나 포병 공격 등에 노출돼 추가 피해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아부무사섬과 대·소 툰브섬은 1970년대 들어 UAE가 영국 지배에서 독립할 때 이란 팔레비 왕조가 차지한 곳으로, 이후 UAE가 유엔 등에 영유권 분쟁 해결을 요구해온 곳이다. 미군이 이곳을 장악할 경우 전쟁이 마무리된 뒤 UAE와 이란 중 어느 쪽에 돌려줄지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지나가는 하르그섬을 점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며 “그들은 아무 방어 능력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매우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르그섬 공격은 미군 인명 피해를 늘리고 전쟁 비용과 기간을 확대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최근 미군이 이곳의 군사 시설을 공격한 뒤 이란은 해안에 지뢰를 집중 매설하고 방공 시스템 등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이를 뚫고 점령에 성공할 경우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효과는 있지만, 전후 복구 지연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美, 본격 지상전은 어려울 것”

‘장대한 분노’ 작전에 투입된 미 육군 UH-60 블랙호크 헬기 승무원이 기체에 장착된 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미군은 헬기와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한 상륙강습함과 해병대 등 지상 작전이 가능한 전력을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집결시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평시 중동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약 4만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이번 전쟁으로 증파된 전력까지 합치면 중동 지역의 미군 병력은 5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규모 지상 작전을 수행하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구 약 9300만명에 영토 면적도 미 본토의 3분의 1에 달하는 이란을 5만명 남짓한 병력으로 점령·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더구나 이란 영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원과 사막은 대규모 병력이 작전을 펼치기 어려운 천연 장벽 역할을 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은 약 25만명이었고, 2023년 팔레스타인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벌였을 때도 30만명 이상이 투입됐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성명에서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고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작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