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하고 마약 범죄 조직 우두머리로 지목해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배우자를 체포됐다고 발표하면서 마두로 본인뿐 아니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70)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리아는 여느 나라의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른 인생 궤적을 가졌다. 마두로의 정치적 아버지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검찰총장과 국회의장을 지냈고, 2013년 차베스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은 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승계한 마두로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각자가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둔 상황에서 혼인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단순 결혼을 넘어선 권력과 권력의 결합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실리아도 본인과 주변 측근들이 서방 국가들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실리아 플로레스는 올해 70세로 마두로보다 여섯 살 연상이다. 버스 운전사를 하다 노조 지도자로 정치에 입문한 마두로와 달리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2년 우고 차베스가 쿠데타에 실패하고 수감됐을 때 변호인을 맡으면서 차베스의 신뢰를 얻어 측근으로 부상했다. 당시 차베스의 노동 분야 측근이었던 마두로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차베스 정권 출범 뒤 마두로와 플로레스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플로레스는 2006~2011년에는 국회의장을 지냈고, 2012~2013년에는 검찰총장을 지냈다. 입법과 사정 권력의 최정점에 서며 차베스 체제 구축을 공고히 하는 데 전력했다.
2013년 차베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플로레스의 신분은 국회의장, 검찰총장을 거쳐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마두로가 차베스의 후임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석 달 뒤인 그해 7월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마두로는 플로레스를 ‘영부인’이 아니라 ‘나의 첫 번째 전사(first combatant)’라고 부르며 강력한 신뢰를 보였다. 이미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플로레스는 마두로 집권 뒤에도 국정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자신과 측근들이 트럼프 1기 때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같은 정황을 말해주는 미국 재무부 발표가 있었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플로레스의 조카 3명과 사업가 1명,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관련 해운 회사 6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플로레스의 조카 중 에프라인 안토니오 캄포 플로레스와 프랑키 프란시스코 플로레스 데 프레이타스는 마약 밀매 활동을 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이들은 마두로·실리아와의 관계 때문에 ‘마약 조카들’로 불렸다. 세 번째 조카인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 플로레스는 국가 재무관으로 알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의 전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카리브해 해역으로 군함과 해군·해병대 병력을 보내며 본격적으로 군사 압박을 시작한 이래 마두로는 소셜미디어로 자신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건재를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플로레스 역시 마두로의 일정에 동행하며 정상적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이들이 체포돼 베네수엘라 밖으로 강제로 보내졌을 경우 마두로·플로레스 부부의 앞날은 시계 제로 상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