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6일 보조금 지원 조건이 과도해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시장 질서를 침해할 수도 있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상당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에 대해 “향후 2년간 미국에 130조원을 투자하겠다 할 정도로 두터운 경제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의 주요 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 등에 반도체 투자를 못 하게 하는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서도 “중국과 미국 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조항”이라며 “국가 간의 기술 경쟁과 분야별 분업 체제를 약화시키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5일(현지 시각)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국내에 알려진 부분과 다른 심층적인 미국의 속내라든지 이런 것들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김 실장은 “미국과 한국은 소위 공급망 협력에서 같은 배를 타고 있다”며 “아무리 동맹이지만 이익이 같을 수도 있고, 또 우선순위가 다를 수도 있고 하니까 심금을 터놓고 솔직하게 협의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방미의 중요한 목적이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해 시행된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신청 절차를 최근 공개했다. 하지만 반도체 지원금을 원하는 기업들에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하고 미 국방부 등에 반도체 시설 접근권을 허용하도록 요구해 조건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반도체 보조금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포드 자동차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배터리 공장 합작 투자 허용에 대해 김 실장은 “국내에 보도된 것과 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확인 목적도 있다”고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조건에 기업 내부 경영 정보 제출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공급망 정보와 기업 경영 상황 정보 제출 등 경영뿐만 아니라 기술도 유출될 수 있는 조항도 문제”라며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아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미국 정부와 소통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