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해 수당을 타낸 전직 공무원에게 징역살이를 하라는 판결이 미국 법원에서 나왔다. 법원은 횡령한 돈을 모두 뱉어내라는 명령과 함께 석방 후 엄격한 보호관찰 조치까지 내렸다. 자칫 ‘살다보면 작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게 아니냐’는 공직사회의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기강 확립의 중요성을 내린 판결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연방지법은 초과근무수당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 보스턴시 경찰국 직원 G(69·여)에게 징역 90일을 선고했다. 또 복역 후 3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고, 보호관찰의 석 달은 가택연금상태에서 지내도록 했다. 여기에 횡령한 초과근무수당 2만9000달러(약 3600만원)를 보스턴시에 물어내라고도 판결했다. 앞서 G는 지난해 9월 공판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강력범죄도 아니고, 대인(對人) 피해규모가 큰 금융범죄도 아닌데도 감옥살이 실형과 보호관찰 조치 등이 선고됐다.

미국의 한 법원 내부 모습. /미 법무부

연방 검찰에 따르면 범행 당시 보스턴 경찰국에서 G의 업무는 다름아닌 초과업무수당 처리였다. 자신의 직무와 직위를 악용해 시민의 세금을 가로챘던 것이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자신이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허위로 꾸민 서류를 작성해 상관의 가짜 서명을 첨부해 제출했다. 이런 방법으로 타간 초과근무수당이 2017년에는 1만1000달러, 이듬해에는 1만8000달러였다. 눈먼 돈을 빼가는 건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덜미를 잡혔다. 감찰 과정에서 G가 초과근무를 했다고 보고한 날짜와 시간에, 정작 컴퓨터 로그인 기록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스턴 경찰국 본부 전경 Boston Police Headquarters. /Joe Difazio for WBUR

초과근무수당 처리업무는 전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컴퓨터에 접속해야 한다. 또한 G가 초과근무로 신고한 날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보니 사무실이 있는 보스턴 시내와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눈먼돈을 빼먹으면서 공직사회의 감찰 시스템을 너무나 얕봤던 것이다. 지난해 이 사건이 수면위로 불거졌을때부터 현지 언론들은 G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보도했다. 흉악범죄는 아니지만, 그만큼 혈세를 가로챈 공직자의 타락에 지역사회는 들끓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부 자금 횡령은 최대 징역 10년, 금융사기는 최대 20년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한 바 있다. G는 플리바게닝(자백을 하는대가로 피고인과 검찰이 형량감경협상을 벌이는 것)을 통해 당초 적용됐던 신원 도용 혐의는 없던 것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