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오전(한국 시각) 화상 형식으로 정상회담을 연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이다. 양 정상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했다. 대만, 인권, 무역, 핵, 사이버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회담이 양국 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지, 갈등을 심화시킬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측은 할 말은 하되 양국 관계가 극한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일정을 발표하는 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할 방안들과 양국의 이익이 합치하는 곳에서 협력할 방안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치열한 경쟁은 치열한 외교를 요구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극심한 경쟁을 벌일 준비를 하면서도 중국과의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중·미 관계와 양측 공동 관심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란 짤막한 성명만 발표했다. 중국 언론과 학계에서는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한 미 사법부의 기소 철회 등을 예로 들며 이번 정상회담이 1979년 수교 후 최악인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양국이 지난 10일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깜짝 발표한 것도 일단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미국 CNBC 방송은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중 간의 근본적 대립 구도나 차이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한 이견 등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NN 타운홀에서 ‘대만이 공격받으면 방어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고 “그렇다. 우리는 그럴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3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가진 통화에서도 대만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표출됐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오랜 미국의 관심사라고 강조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계속되는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역사와 현실이 충분히 증명하듯 ‘대만 독립'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최대 위협”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어떠한 용인과 지지든 모두 대만해협의 평화를 훼손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물가 상승, 물류 대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중국 문제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일 여유가 없다. 그는 정상회담 발표 직전인 11일 화웨이와 ZTE 통신 장비의 미국 내 반입을 금지하는 ‘보안장비법’에 서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해 지닌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솔직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신장의 인권 문제나 중국의 핵 군비 증강 문제 등을 정면 제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국내에서 인권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어 베이징올림픽 초청도 선뜻 수락하기 어렵다.
내년 20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해야 하는 시 주석도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지난주 발표한 미중 관계 보고서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열전(전쟁), 냉전,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3가지 기준선 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중국에 대한 내정불간섭, 취동화이(역사, 문화 등에서 공통점을 찾고 차이를 해소한다) 등 3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 관영 매체들은 회담에 대한 기대를 담은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미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 시각) 주미 중국대사관이 미국 기업과 경제 단체에 서한을 보내 미 하원에 계류 중인 ‘미국혁신경쟁법’ ‘글로벌 리더십 및 관여법’을 언급하며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한다면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타격받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두 법안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국 경쟁력을 키우고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