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성 있고 공신력을 갖춘 대중음악차트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의 올해 첫 주 순위에서 오래전에 죽은 가수들의 옛날 노래들이 최상위권을 대거 점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성 있고 공신력을 갖춘 대중음악차트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의 올해 첫 주 순위에서 오래전에 죽은 가수들의 옛날 노래들이 최상위권을 대거 점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올해 첫 핫100 주간차트 (12월 27일~1월 2일) 순위에 따르면 상위10곡 중 6명이 고인(故人)이 부른 옛 노래다. 3위는 바비 헬름스(1933~1997)의 인기 캐럴인 ‘징글 벨 록’이 차지했고, 4위는 벌 아이브스(1909~1995)의 ‘할리 졸리 크리스마스’가 뒤를 이었다. 5위에 오른 ‘잇츠 어 모스트 원더풀 타임 오브 더 이어’역시 가수겸 영화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앤디 윌리엄스(1927~2012)의 대표적인 송년노래다.

크리스마스 고전 팝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가수 겸 배우 틴 마틴(1917~1995)의 ‘렛 잇 스노, 렛 잇 스노, 렛 잇 스노’는 8위, 조지 마이클(1963~2016)이 듀오 왬 시절에 히트시킨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9위를 차지했다. 10위에 오른 흥겨운 로큰롤 캐럴 ‘런 루돌프 런’을 연주하고 부른 전설적 기타리스트 척 베리 역시 2017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있는 가수들의 노래’까지 범위를 넓히면 옛 노래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1위는 매년 이맘때면 각종 음악차트 정상을 가뿐히 점령하는 머라이어 캐리(51)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차지했고, 2위는 1960년대 미국 팝계를 평정했던 여가수 브렌다 리(76)가 전성기에 부른 성탄 팝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가 차지했다. 6위는 발매 5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축하행사가 벌어졌던 호세 펠리치아노(75)의 ‘펠리스 나비다드’였다.

상위 10위 가운데 유일한 ‘요즘 노래’는 힙합 가수인 24케이골든의 ‘무드’(7위)였다. 빌보드 핫100 싱글 톱10 중 9곡이 옛날에 발표된 크리스마스 노래들이었고, 그 중 6명은 망자(亡者)들의 목소리였다.

미국의 음악차트에서 연말연시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구관이 명관)’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다. 시공을 초월한 캐럴 중엔 대개 발표한지 최소 20년이 넘은 옛노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현상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다. 꼭 1년전인 2020년 1월 첫주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를 보면 역시 머라이어 캐리가 1위를 차지했고, 브렌다 리, 보비 헬름스, 벌 아이브스, 앤디 윌리엄스의 노래가 10위안에 포진돼있다. 하지만, 고인의 노래는 3곡에 불과한 반면 포스트 멀론·애리조나 제르바스·루이스 카팔디·머룬5·리조 등 요즘 젊은 가수들의 따끈한 신곡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렇게 옛 노래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 공통현상인 대중음악의 복고화와 연말연시 시즌이 겹친데다가 코로나 대유행 상황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조치로 예년처럼 모임이나 쇼핑, 야외 행사를 즐길 수 없게 되면서, 익숙하고 달콤한 선율의 옛날 노래를 통해 우울한 심정을 위안받으려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