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셀러브리티’, ‘지구상에 내려온 천사’... 코로나가 할퀴고 대통령 선거로 갈가리 찢긴 미국사회가 모처럼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74) 에 대한 찬사로 하나가 되고 있다. 신문, 잡지, TV, 인터넷을 막론하고 칭송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소셜 미디어에도 칭찬 글이 이어진다.

산타 클로스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한 돌리 파튼 /돌리파튼 페이스북

12일 USA투데이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파튼이 자신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성탄 특선 ‘돌리 파튼의 광장 위의 크리스마스’ 촬영장에서 아홉살 여자 어린이가 자칫 차에 치일뻔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구해낸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파튼의 선행에 최신판이 하나 추가됐다”고 전했다.

1980년대 코미디 영화 ‘나인 투 파이브’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파튼은 금발에 풍만한 몸매, 억센 남부 억양을 구사하는 배우 겸 가수 정도로 알려졌만, 그래미상만 아홉 차례 받은 컨트리 음악의 거장이다.

돌리 파튼의 성탄 특별 앨범 표지. /돌리 파튼 홈페이지

1991년 영화 보디가드에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리(I will always love you)’의 원곡을 직접 쓰고 불렀다. 가수 이외에도 테마파크를 직접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지난 4월 그가 미 제약사 모더나사의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테네시주 내슈빌 밴더빌트대 의료진에 100만 달러(약 10억9200만원) 쾌척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거의 선행과 미담, 인간적 매력을 다룬 기사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모더나 제조 백신의 임상 실험 성공률이 94.5%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그의 4월 기부가 재조명되면서 “파튼이 코로나 백신 퇴치에도 공헌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의 기부를 재원으로 이뤄진 백신 연구 결과 논문이 실린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는 ‘돌리 파튼 코비드19 연구 기금’이라는 후원자명이 수록됐다.

돌리 파튼을 표지 모델로 내세운 마리 끌레르 디지털판. /돌리파튼 페이스북

파튼은 올해 5월 미네소타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경찰에게 목을 짓눌린뒤 숨진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촉발된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 대해 지지의사도 밝혔다.

지난 8월 음악잡지 빌보드 인터뷰에서 BLM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물론! 당연히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미주리와 테네시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놀이공원 ‘딕시 스템피드(Dixie Stampede)’의 이름에서 ‘딕시’를 뺀 것에 대해 “그 이름이 남북전쟁당시 남부연합과 연관된 지명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많은 미국대중문화계 스타들이 흑인 인종 차별 지지 발언을 했지만, 파튼의 말이 주목받았던 것은, 그가 바이블벨트(보수적 색채가 강한 기독교 강세 지역)이자 공화당 텃밭인 테네시주 출신의 백인이면서 ‘보수적인 백인들의 음악’으로 인식되는 컨트리 가수이기 때문이다.

파튼은 작년 5월에는 연방 수사국(FBI)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자신이 설립한 ‘달리우드 재단’을 통해 2016년 고향 테네시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컨트리음악 시상식인 CMA어워즈 무대에서 열창하는 돌리 파튼. /AP 연합뉴스

1990년부터 시작해온 어린이 독서 후원 프로젝트인 ‘상상의 도서관(Imagination Library)’이 올해 30주년 맞은 것도 언론들은 부각시키고 있다. 상상의 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올바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제대로 들여주기 위해 0~5세 어린아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주는 캠페인이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아일랜드까지 아우르는 범세계적 사회공헌사업으로 성장했다.

대통령의 선거불복과 정치인들의 갈등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이 74세 ‘컨트리의 여왕’이 만들어내는 미담에 치유를 받고 있다. 다수 언론들이 파튼이 “미국을 치유하고 있다”고 전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신간 회고록 ‘약속의 땅’ 홍보차 지난 1일 CBS 방송의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 쇼’에 출연해 “파튼에게 자유메달(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훈장)을 수여하지 않은 것은 (재임중) 큰 실수였다. 파튼이 이미 자유메달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파튼이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며 자책했다. 이에 하이디 캠벨 테네시주 상원의원은 “내 임기중 최우선 과제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설득해 테네시의 보물인 파튼이 자유메달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트위터 글을 올렸다.

돌리 파튼 홈페이지

파튼은 어떤 스타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명 패션지 마리 끌레르와 뉴욕 타임스 등 여러 매체와 잇따라 사회공헌과 음악적 성취에 등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25년전 노래를 토크쇼 사회자 지미 펄론과 함께 컨트리 스타일의 듀엣곡으로 다시 부른 ‘크리스마스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바로 당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등 12곡이 수록된 성탄특별앨범 ‘홀리 돌리 크리스마스(Holly Dolly Christman)’를 발매하고 지난 6일에는 CBS TV에서 같은 이름의 크리스마스 특별쇼를 방송했다.

내년에는 어쩌면 파튼의 이름을 딴 향수도 등장할 전망이다. 파튼이 화장품 유통업체인 엣지 뷰티와 손잡고 내년 봄에 파튼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향수를 출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