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은 당선인이 11일 “당선인으로서 그리고 대통령이 됐을 때 할 일 중 하나는 지명하고자 하는 내각 자리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인사에게도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NBC 방송이 보도했다.

미 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당파를 초월해 야당 인사들을 요직에 등용하는 협치 전통을 이어왔는데 트럼프 대에서 끊겼던 이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인사 중에서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주요 인사들이 고위 공직자에 임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전문지 ‘더 힐’이 입각·임명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을 소개했다.

우선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고(故)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가 주요국 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더 힐은 전망했다. 매케인 여사는 이번 대선 기간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을 할 정도로 바이든 후보 지지운동을 열성적으로 펼치며, 민주당이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에서 예상 밖 선전을 펼친 데 혁혁하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8일 대선 유세차 애리조나주에 들러 미국 원주민 출신 참전용사 기념비를 추모차 방문한 조 바이든 당선인(왼쪽)이 신디 매케인 여사와 나란히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때문에 공직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힐은 전망했다. 세계 각국 주재 미국 대사가 되는 길은 정통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아 임명되는 것과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 등의 동기에 따른 정치적 임명 두 가지가 있는데 후자의 방식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임명의 대표적인 경우는 고(故)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로 2013~2017년 재임했던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 대사다. 역시 공화당 소속으로 바이든 후보를 지원했던 애리조나주의 제프 플레이크 연방 상원의원도 요직 입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10월 3일 유서깊은 경마대회인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시상식에 참석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AFP 연합뉴스

공화당 전·현직 주지사중에는 부인이 한국계여서 ‘한국 사위’로 잘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대선 사전 투표에서 같은 당 소속의 트럼프도, 민주당 소속의 바이든도 아닌 고(故)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힐 정도로 반 트럼프 성향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코로나가 확산될 때 한국산 진단키트를 선제적으로 대량 수입하는 등 정도로 공세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런 공세적 대응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그는 긴급 재난·재해 대응업무 부서인 국토안보부 장관의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새로 만들어진 정부 부처다. 더 힐은 다만 “공화당 내에서의 정치적 앞날을 위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길 원치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초기에 낙마한 뒤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도 “워싱턴으로 다시 복귀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연방 하원 예산위원장과 투자은행 근무 경력 때문에 경제 관료 입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케이식 주지사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을 했다.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 /조선일보 DB

보건의료관련 기업을 경영했고, 주 보건장관을 역임했던 찰리 베이커 메사추사츠 주지사 역시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코로나 유행 억제인만큼 보건 의료 관련 고위직 후보군으론 거론되고 있다. 그는 공화당원이지만 동성결혼과 낙태권리 등 일부 정책에 있어서는 진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당적을 둔 기업인들의 공직 임명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선 후보군으로 얘기되는 인물들은 여성 기업인인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 CEO다. 두 사람다 정계 진출을 꿈꿨다 좌절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휘트먼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피오리나는 대권에 도전했었다. 두 사람 모두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나 상무장관을 맡거나 통상 여당 인사 몫으로 배분되는 국립기상청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더 힐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