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침입종인 대형 버마비단뱀 퇴치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 플로리다주가 ‘로봇 토끼’를 만들어 미끼로 활용하기로 했다. 플로리다 남부 수자원관리국과 플로리다대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40개의 로봇 토끼가 버마비단뱀 최대 서식지인 에버글레이즈 습지 곳곳에 배치되고 있다고 USA투데이 등 미 언론이 8일 보도했다.

버마비단뱀 퇴치용 미끼로 개발된 로봇토끼(왼쪽)와 발열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 /플로리다 남부 수자원국

태양열로 작동하는 로봇 토끼는 장난감 토끼 인형과 비슷한 모양이다. 먹잇감이 발산하는 열을 탐지해 사냥하는 뱀이 실제 토끼로 착각하게 하기 위한 발열 장치도 내장돼 있다. 뱀이 접근하면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통제실에 상황이 실시간 전달된다. 위치가 확인되면 전문 인력이 출동해 뱀을 포획·살처분하게 된다.

에버글레이즈의 버마비단뱀. /미 농무부

로봇 토끼까지 투입하게 된 것은 주 정부 차원의 박멸 작전에도 불구하고 버마비단뱀의 폭발적 증식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길이 최장 6m에 이르는 버마비단뱀은 1970년대 이색 파충류 애호가들이 기르다 유기한 개체가 야생화한 것이다. 이들은 원산지 동남아시아와 비슷한 플로리다의 덥고 습한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토끼·사슴·뱀·도마뱀 등 토종 동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며 최고 포식자로 등극했다. 한배에 최대 100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할 때까지 어미가 또아리를 틀고 직접 돌보는 지극한 ‘모성애’도 번식을 막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에버글레이즈를 포함한 플로리다 일대에 최대 30만 마리의 버마비단뱀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리다에서 사람이 버마비단뱀에게 희생된 기록은 없지만, 작은 동물들의 씨가 마르면서 퓨마·보브캣(스라소니의 일종)·맹금류 등 토종 육식동물도 생존 위기에 몰렸다.

플로리다 주 정부는 버마비단뱀을 심각한 생태계 위협으로 보고 박멸에 힘을 쏟고 있다. 주기적으로 땅꾼을 고용하고, 매년 7~8월엔 일반 주민들도 참가하는 버마비단뱀 사냥 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대회는 지난달 11~20일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