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습지에서 잡힌 몸길이 5.5m짜리 대형 비단뱀.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

몸길이는 5.5m, 몸무게는 98㎏. ‘이무기’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괴물뱀이 미국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습지에서 포획됐다. 성인이라도 단번에 옥죄어 숨통을 끊은 뒤 삼켜 거뜬히 소화할 정도의 포스를 갖춘 이 괴물. 거침없는 번식력으로 미국 생태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버마비단뱀이다. 플로리다주에서 포획된 비단뱀중 가장 덩치가 크다. 플로리다주 비단뱀 퇴치 단체인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는 2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버마비단뱀 암컷 포획 사실을 발표했다.

플로리다에서 잡힌 버마비단뱀. 몸길이 5.5미터로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잡힌 종류중 가장 크다.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

이번에 잡힌 비단뱀은 지금까지 플로리다에서 잡힌 동종 중 가장 덩치가 크다. 포획팀은 거대한 테이블에 당장이라도 살아서 꿈틀거릴 것 같은 뱀의 몸뚱아리를 올려놓았다. 따로 상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포획 즉시 살처분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뱀의 사체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역대급 기록도 확인했다. 이 배를 갈라보니 품고 있는 알이 무려 122개였다. 이 뱀이 운좋게 살아남아 알을 낳았다면 버마비단뱀 최다산란기록을 세울 수 있는 숫자였다. 위장속을 살펴보니 동물의 발굽 흔적이 발견됐다.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습지에서 포획된 몸길이 5.5m짜리 괴물 버마비단뱀.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

이 뱀이 인간에게 붙잡혀 숨통이 끊기기 전 삼킨 최후의 만찬 메뉴가 흰꼬리 사슴이었다는 얘기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이무기는 한국에서는 신비로운 영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현실 속 플로리다의 이무기는 토종 야생동물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미국땅을 잠식하고 있는 괴물 외래종일 뿐이다.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도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버마비단뱀 퇴치를 위해 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2013년 생겨난 단체다. 지금까지 1000마리가 넘는 버마비단뱀을 퇴치했는데, 그 과정에서 역대급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습지에서 포획된 몸길이 5.5m짜리 암컷 버마비단뱀. /컨저번시 오브 사우스 플로리다

앞서 포획됐던 가장 큰 버마비단뱀은 몸무게 84㎏짜리로 역시 암컷이었다. 버마비단뱀을 퇴치할때는 이들의 ‘사랑의 본능’을 활용한다. 사랑에 굶주린 수컷뱀, 일명 스카우트뱀에다 원거리 인식 장치를 이식한뒤 행적을 뒤쫓는다. 놈은 수컷의 본능으로 산더미만한 덩치를 가진 암컷을 찾아간다. 수컷이 길잡이 노릇을 하며 포획팀을 암컷에게 안내하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버마비단뱀을 없애는 것은 이번 경우처럼 알을 잔뜩 품은 암컷을 잡는 것이다. 이 스카우트뱀은 결국 자기 목숨은 부지 하게 됐지만,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마음에 품었던 암컷과 가련한 2세들을 황천길로 보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