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 개봉한 영화 ‘E.T.’의 한 장면. 식물을 채취하러 지구에 왔다가 홀로 남겨진 외계인(왼쪽)과 그를 돌봐주는 아홉 살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 /유니버설 픽쳐스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과 어린이들의 우정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영화 ‘이티(E.T.)’가 11일로 개봉 40주년을 맞았다. 주인공 아홉 살 소년 엘리엇 테일러가 이티를 자전거에 태우고 정부 요원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가던 중 하늘로 날아오르던 순간은 할리우드 최고의 명장면으로 지금도 꼽힌다. 그런데 당시 엘리엇을 연기했던 배우 헨리 토머스(51)는 한동안 “어떻게 자전거가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느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상과학영화 ET 개봉 40주년을 맞아 배급사 유니버설이 올린 축하 트위터 게시물. /유니버설 픽처스 트위터

토머스는 개봉 40주년을 맞아 야후 엔터테인먼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소 10년간 영화 팬들이 가장 좋아한 질문이 바로 그거였다”며 “그만큼 관객들을 사로잡은 장면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탄 자전거는 크레인에 달려있었고, 토머스는 블루 스크린 옆에서 숲속을 날아오르는 것처럼 연기했다. 숲속 풍경은 나중에 합성했다. 토머스는 “그 당시만 해도 특수 효과를 활용한 촬영 기술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가 진짜 하늘로 날아올랐을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헨리 토머스

그는 배역 오디션에 합격하던 순간도 회상했다. 제작진이 설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감정선을 잘 살려 즉흥 연기를 했고, “좋아. 꼬마 너 합격”이라며 누군가 말했는데, 바로 스필버그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로 세계적인 아역스타가 된 토머스는 가을의 전설(1994), 갱스 오브 뉴욕(2002)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배우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엘리엇의 깜찍한 여동생 거티로 출연해 역시 큰 인기를 누렸던 드루 배리모어(47)도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이티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장면을 올리고 개봉 40주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배리모어는 한때 방황을 거듭하며 마약 복용 등으로 논란을 빚었으나, 성인이 된 뒤 은막과 TV를 오가며 연기자와 방송 진행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T로 스타덤에 오른 뒤 연기자와 방송진행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드루 베리모어가 개봉 40주년을 맞아 인스타그램에 올린 축하 게시물. /드루 배리모어 인스타그램

앞서 지난 4월에는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개최된 TCM 고전영화 축제에서 스필버그 감독과 출연진들이 모인 가운데 특별 상영회도 열렸다. ‘이티’는 오는 8월에는 40주년을 기념해 아이맥스 특별판으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가 최근 보도했다.

엘리엇의 자전거가 날아오르는 명장면과 숫자 40을 합성한 ET개봉 40주년 기념 이미지. /미 버라이어티(Variety)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