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던 산미치광이(호저)가 별안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온몸을 뒤덮고 있던 가시를 바짝 세운다. 팽팽하게 일어나 온몸을 뒤덮은 가시는 동그랗게 몸을 감싼다. 멀리서 보면 동글동글하고 보들보들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후’하고 불면 날아갈것만 같다. 오해는 금물이다.
이 민들레 홀씨처럼 보이는 가시는 침입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흉기다. 분기탱천이라는 말이 딱 어올린다. 가시공격으로 악명높은 산미치광이가 가시를 바짝세우며 공격태세를 갖추는 드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최근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와 화제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이 산미치광이는 그저 사람과 안고 뒹굴고 싶은 것일까? 아니다. 완벽하게 잘못 짚은 것”이라며 재치있게 이들의 생태를 설명했다.
산미치광이는 남미의 카피바라, 북미의 비버와 함께 대표적인 대형 설치류다.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비롯해 유라시아에 사는 산미치광이가 주로 육지생활을 하는데 비해 북미의 산미치광이는 나무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나무타기산미치광이’라고도 부른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순해보이지만, 공포의 가시공격으로 악명높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포식자가 접근하면 가시를 바짝세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그래도 물러나지 않으면 직접 돌진한다.
그 과정에서 느슨하게 박혀있는 촘촘한 가시가 적의 몸에 꽂히게 된다. 이 가시는 독도 없지만, 그렇다고 약도 없다. 경험없는 얼치기 맹수가 잘못 건드렸다가 온몸에 박힌 가시에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모습을 종종 지켜볼 수 있다. 나무타기산미치광이 성체의 경우 온몸에 대략 3만개의 가시가 박혀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할 경우 최대 3만번은 반격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얘기,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포식자 입장에선 굳이 모험을 걸면서까지 사냥할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옛 말이 있다. 고슴도치와 빼닮아서 종종 오해받는 산미치광이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동물원에서 올 초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무타기산미치광이의 함함한 새끼와 어미의 모습을 보면 제자식 이쁘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