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한 짐승 나무늘보. 그들에게도 사랑의 본능은 종족의 법칙을 단박에 거스를 수 있는 초강력 엔진인가.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동물원이 나무늘보 커플의 애정가득한 키스신을 공개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인내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무늘보의 행동은 굼뜨고 느려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도로를 건너는 나무늘보와 마주치게 될 경우 운전자가 나서 번쩍들고 길 저편으로 옮겨주는 사실상의 ‘매뉴얼’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화면에 공개된 나무늘보 커플의 키스신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속도전이다. 화면의 주인공은 암컷 두발가락 나무늘보 ‘아테나’와 수컷 ‘블래드’다.
이들은 오매불망 2세 번식을 바라는 동물원 스태프들의 각별한 배려로 한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인간 ‘집사’들의 기원이 통한 것인지, 이들은 종종 화면처럼 서로의 혀를 맞대며 달콤한 스킨십을 과시한다는 후문이다. 주로 ‘아테나’가 발동을 걸고 이끌면 ‘블래드’가 응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애정행각이 전적으로 이성간 불꽃튀는 행동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동물원 측 설명이다. 이렇게 혀와 혀를 맞대고 입을 맞추는 행동은 짝짓기 적령기의 암수 뿐 아니라 어미와 새끼 사이에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서로 껴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안부를 전하는 인사일 수도 있다. 또한 이런 행동을 통해 신진대사에 유익한 박테리아를 공유하고, 이로 인해 새끼는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본능적으로 구별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추측도 있다. 따라서 이 두발가락 나무늘보 커플이 눈에 콩깍지가 씌기 전 ‘남사친-여사친’단계일수도 있다는 가정도 가능한 셈이다. 다만, 우선 이들이 서로 경계하지 않고 친밀감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2세 생산에 청신호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