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강력범죄로부터 주민들을 든든히 지켜주는 경찰특수기동대.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임신부. 일흔을 넘긴 자상한 할아버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 달 들어서 미국에서 체포되거나 기소된 어린이 성착취물 제조 및 유통범이었다는 것이다.
도저히 안 그럴 것 같던 평범한 이웃의 탈을 쓴 성착취범들이 있따라 적발되자 미국 사회가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조주빈 등 국내에서 체포된 성착취범들이 평범한 외모의 청년들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역시 어린이 성착취물이 대형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은 ‘안전한 유년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방검찰과 FBI, 주 경찰과 보안관들이 힘을 합쳐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미드에서 범인 일망타진하던 SWAT 대원 몹쓸짓에 성착취물 제조·유통까지
경찰 최고의 정예부대로 꼽히며 영화와 미드에서 영웅으로 여러 차례 그려진 기동타격대(SWAT) 요원의 성착취 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메릴랜드 연방지검 대배심은 지난 4일 볼티모어 경찰국 SWAT 소속 경관인 도널드 힐데브란트(51)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용감한 경찰특수대원에 가려진 그의 모습은 성범죄자이자 성착취물 제조·유통책이었다. 작년 10월 미성년 여자아이에게 몹쓸짓을 하는 장면을 봤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다른 어린이보호센터에도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수사에 나선 검찰·주 경찰·카운티 보안관은 그의 태블릿 PC를 들여다봤고, 치밀하게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확인했다.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힐데브란트의 클라우드 계정을 샅샅이 뒤진 수사당국은 경찰 동료였던 그의 숨겨진 행각에 치를 떨었다. 그가 익명을 사용해 비밀리에 음란사이트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통해 성착취물을 거래해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것이다. 힐데브란트는 자신의 욕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유인한 여자 어린이들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촬영한 필름은 성착취물 제작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된 혐의가 모두 유죄 확정될 경우 그는 각각 최장 30년(성착취물 제작), 10년(성착취물 소유), 20년(수사 방해)에 처해질 수 있다. 구체적 형량은 재판 과정과 유죄 자백 여부 등을 통해 결정된다.
◇첫 아이 출산 앞둔 초보엄마의 ‘숨겨진 얼굴’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방지법은 10일 어린이 성착취물 소지 및 유통 혐의로 기소된 대니얼르 센베닉(29)에게 징역 7년과 보호관찰 10년을 선고했다. 그는 어린이 수영전문교실 직원으로 일하던 2018년 11월 좁혀오는 수사망에 범행이 들통났다. 센베닉은 어린이들이 다니는 수영교실 직원이었지만, 성착취물 전문 음란 사이트의 관리자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다른 어린이 성착취범들과 착취물을 교환했다.
범행 당시 그는 임신 6개월로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180도 다른 본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 성착취사이트에서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정황이 드러났는데,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자기 배로 낳은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는 체포돼 수감된 상황에서 산달이 차서 옥중분만을 했고, 아이는 가족에게 인계됐다. 검찰은 “곧 세상에 나올 아무 힘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품을 수 있었는지 정말 불가해하다”고 말했다. 센베닉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죄를 모두 인정했다.
◇70대 노인의 끔찍한 과거
평범해보이던 70대 노인이 드러낸 오랜 범죄 행각도 충격을 줬다. 10일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연방지법은 성범죄·성착취물 제조·유통 혐의로 기소된 라울 아얄라(72)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그는 100살이 넘어서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그는 미성년 남자 어린이를 추행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 한 건만이 아니라는 것에 드러났다. 그는 경찰 심문에서 수차례 유사범죄를 저질렀으며 1970년대에도 범행사실이 있다고 실토했다. 곧 그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됐고 집에 있던 각종 디지털 장비가 압수됐다.
수사팀은 그의 천장 다락에 있던 서류가방을 열어보고 경악했다. 그 안에는 성인과 어린이들의 성착취사진과 성착취물 판매 광고물이 쏟아져나왔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사이에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성착취물까지 나왔다. 압수한 디지털 장비에서도 성착취물이 확인됐다. 평범한 70대노인처럼 보였던 그가 변태적 성범죄자이면서 기술의 발달에 맞춰가며 반 세기 동안 성착취물을 만들어온 제작자였던 것이다. 수사 당국은 빛바랜 폴라로이드 카메라속 어린 아이의 신원을 어렵게 확인했고, 피해자로부터 “여덟살 때 몹쓸짓을 당했다”는 고백을 받았다. 어린시절 아얄라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한뒤 충격과 상처를 입고 어른으로 성장한 피해자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