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전세계에서 ‘공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화이트 칼라의 주식 부당 거래 사건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마존에 근무하고 있는 부인으로부터 취득한 기밀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투자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화이트 칼라의 범죄는 길거리 조폭이 저지른 범죄와 하등 다를 바 없다”며 신랄하게 꾸짖은 것이다. 이 남성은 자신이 부당이득으로 챙긴 것보다 두 배에 가까운 30억원을 토해내야 했다.

FBI 홈페이지

미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법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10일(현지 시각) 주식 부당 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키 보라(37)에게 징역 2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보라의 부인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재정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 아마존의 회계 정보와 기간별 실적, 향후 정책 등과 관련한 각종 기밀 사항을 알고 있는 위치였다. 이 때문에 직원 윤리 규정상 아마존의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돼있었다.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라는 이런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집·한 방·한 침대를 쓰는 부인의 직장 얘기는 아마존 투자자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핵심 기밀 정보였다.

그는 부인으로부터 들은 이런 정보들을 활용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본인 및 아버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아마존 주식과 옵션 거래를 했다. 핵심 정보를 꿰고 있는만큼 매매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그가 이 기간 아마존 주식과 옵션 거래로 얻은 수익은 142만8264달러, 약 16억원이었다. FBI(연방수사국)의 수사 결과 보라의 거래 시점은 열 한 번 연속으로 아마존의 실적 발표 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기밀 정보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의 고수익 행진은 결국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다가 작년 9월에 체포되면서 막을 내렸다. 법원과 수사당국은 ‘탐욕(greed)’ 등 강한 단어를 구사하며 한 목소리로 보라를 질타했다.

아마존닷컴 로고.

로바트 판사는 “나는 화이트 칼라의 범죄도 우리가 길거리 범죄라고 부르는 범죄들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흉기를 사용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아도 고소득 사무직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로 돈을 버는 금융범죄 역시 엄연한 중범죄임을 강조한 것이다. 테사 고먼 연방 검사는 “이 피고인 부부는 이미 기존 직장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피고인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불법 내부거래로 이익을 취했다”며 “이번 사례는 내부자 거래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선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보라에게 징역 33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사건 수사를 주도한 FBI 시카고 수사본부의 도널드 부아레 수석 요원은 “피고인은 정확히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며 “그는 탐욕에 이끌렸고, 시장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깎아먹었다”고 비판했다. 보라의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된 뒤 환수당한 금액은 265만2899달러(약 29억6500만원)로 주식 내부거래로 챙긴 이득금의 거의 2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부인도 직장 아마존을 그만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