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2018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클락스버그에 있는 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참전군인 일곱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동일했다. 저혈당 쇼크였다. 단순한 병사(病死)가 아닌 범죄 가능성이 짙다고 판단한 사법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연방 보훈부 조사 인력도 대거 투입돼 각종 서류를 샅샅이 뒤졌고 포렌식 기법도 도입했다. 300여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경찰과 검찰과 FBI(연방수사국)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용의자가 특정됐다.

보훈병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레타 메이스는 야간 근무중 입원 중인 참전노병들에게 위험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7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7번 연속 종신형'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AP 연합뉴스

이들을 돌보던 간호조무사 레타 메이스(46)였다. 숨진 일곱 명과 별개도 또 다른 참전군인 사망 사례도 있었는데, 그는 이 사람까지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근무조였던 그는 자신이 관리권한이 없는 인슐린 등의 중요 약제를 과다 투약하는 방식 등으로 물리적 저항 능력이 없는 노쇠한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든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스는 작년 6월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11일(현지시각)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연방지법은 “일곱번 연속 종신형을 살라'는 선고를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메이스에게 참전군인 살해사건 한 건 당 종신형을 선고하면서, 7명이 희생됐으니 이에 따라 일곱 번 연속 종신형을 살라고 선고했다. 그가 살해를 기도했던 8번째 종신군인 사건과 관련해서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선고내용이 최종 확정될 경우 벌어질 상황을 단순하게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 메이스가 일단 이번 생애를 평생 감옥에서 보내다가 사망한 뒤 ‘부활’하더라도 또 감옥에서 종신 옥고를 치러야 한다.

지난 11일 웨스트버지니아 연방북부지법에서 레타 메이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뒤 수사당국자들이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을 다섯번 더 반복하며 7번의 종신형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종신형기를 모두 마친 다음에도 추가로 20년을 복역해야 한다. 알고보니 메이스의 정체가 마녀(witch)였거나, 태평양을 건너온 천년묵은 구미호가 아닌 이상 살아서 감옥을 나갈 방도는 없는 것이다. 7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합산해서 종신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다소 비현실적으로 종신형을 물리적으로 종합한 것은, 그만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전군인이자 물리적 약자인 환자를 살해한 혐의 한 건만으로도 종신형 형량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다. 메이스는 유족과 보훈병원, 보험회사에게 총 17만2625 달러(약 1억940만원)를 줘야 한다. 이날 1심 판결이 나온 뒤 수사당국은 일제히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랜돌프 버나드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검 검사장 대행은 “국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 이들을 상대로 피고인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어떤 형량도 8명의 명예로운 용사들을 잃은 가족들의 고통을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 나라와 주, 지역사회의 영웅이었다”며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피고인은 이제 여생의 매시 매분을 그가 속한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연방 보훈부는 해당 병원의 운영상 문제점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지 지역방송 KDKA가 내보낸 레타 메이스의 사진 /KDKA 화면

마이클 미살 연방 보훈부 총괄조사관은 “메이스의 끔찍한 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병이 병원이 운영·의료시스템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같은 점도 메이스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스에 대한 엄벌로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FBI 의 수사담당자인 칼튼 피플스 요원도 “오늘의 판결이 가족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가져오길 바란다”며 “신뢰를 저버리고 법치를 파괴하면 반드시 후과가 뒤따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판결”이라고 했다.

‘7연속 종신형+20년형’을 선고받은 메이스는 판결 뒤 흐느끼면서 ”그저 유족들게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 이런 나를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웨스트버지니아공영방송은 전했다. 메이스 역시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참전군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그가 과거 이라크에서 복무하면서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각종 정신질환 병력을 열거하면서 정상 참작을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 형량 감경에 반영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