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치른 중미 니카라과 대선에서 좌파 집권 정당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다니엘 오르테가(76) 현 대통령이 75% 이상 득표율로 승리해 4연임이 확정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0년 집권한 오르테가는 5년 더 권좌를 유지하게 됐다. 러닝메이트인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70)의 부통령 당선도 확정됐다. 이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엉터리 선거”라고 비난했다.
이번 선거는 집권 연장을 노리는 오르테가 부부가 야권 유력 주자 7명을 비롯한 야당 인사 40여 명을 체포하고 비판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린 상태에서 치러져 진작부터 압승이 예상돼왔다. 오르테가는 “국민 대다수가 참여한 이번 선거는 테러에 맞선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8일 “상당수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했다”는 야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서방국가들은 비판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르테가 대통령과 무리요 부통령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팬터마임 선거’를 지휘했다”며 “이번 선거는 엉터리”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오르테가 대통령 부부의 승리 선언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이 같은 비민주적 선거는 이들에게 민주적 통치 권한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도 “오르테가는 민주적 선거 체계를 완전히 제거해 니카라과인들이 자유롭게 투표할 권한을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과 EU는 오르테가 정권 인사들에 대해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 제재를 해왔다.
반미·좌파 게릴라 지도자 출신으로 1984년 집권한 오르테가는 경제실정으로 민심을 잃어 1990년 재선에 실패한 뒤 17년 뒤인 2007년 재집권했다. 이후 헌법을 바꿔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고 입법·사법·행정부 내 친정권 세력을 동원해 정적들을 제거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았다. 2017년에는 부인 무리요를 부통령직에 앉혔다.
오르테가 독재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 받지 못하고, 각종 제재로 경제난에 직면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8일 “오르테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엄청난 승리를 축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