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 국장인 요시 코헨./예루살렘포스트

시리아 내 이란군 주둔 지역에서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이 드론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앞서 27일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기관총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은 부인하지만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두 사건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개입됐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체 모사드는 어떤 기관이길래 이처럼 첩보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을 벌인다고 의심받는 걸까.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은 이슬람 국가에 의해 포위돼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수준급 정보기관이 필요하다고 여긴 이스라엘은 1949년 특수공작기관을 만들어 모사드란 이름을 붙였다. 히브리어로 ‘기관’이라는 뜻이다. 서방 정보기관들이 정보 수집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모사드는 요인 암살을 비롯한 각종 특수 작전을 직접 수행한다.

1960년 모사드는 2차대전 직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리카르도 클레멘테’라는 가명으로 15년간 숨어 지내던 나치의 유대인 학살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찾아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모사드 요원들은 “당장 여기서 죽을지, 재판받고 죽을지 선택하라”고 압박해 아이히만을 이스라엘로 끌고와 법정에 세웠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의 장례식에서 이란군 의장대원들이 파흐리자데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파흐리자데는 27일 피살됐다. /AP 연합뉴스

1972년 뮌헨올림픽 선수촌에 잠입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죽인 팔레스타인의 ‘검은 9월단’ 요원들을 모사드는 끝까지 추적해 모두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6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248명을 태우고 이스라엘에서 프랑스로 가던 여객기를 납치했을 때 인질을 전원 무사히 구출한 일명 ‘엔테베 작전’을 성공시킨 것도 모사드다.

모사드의 인원은 약 7000명에 달한다. 서방 정보기관으로는 미국의 CIA 다음으로 조직 규모가 크다. 연간 예산도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사드는 소속 요원들 외에도 ‘사야님’이라고 불리는 협력자를 전 세계에 3만여 명 두고 있다.

모사드에서도 핵심은 ‘키돈(히브리어로 소총에 꽂는 단검을 지칭)’이라는 암살 및 납치 전담 부서다. 한마디로 ‘킬러’ 부서를 따로 둔다는 얘기다. 키돈에는 미인계를 활용한 작전을 벌이는 여성 요원들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8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모사드가 적어도 2700번의 암살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첨단 정보 수집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모사드가 어떤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지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모사드는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스라엘이 외교 활동을 벌일 때도 물밑에서 움직인다. 지난달 비밀리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러 갔을 때도 요시 코헨 모사드 국장이 동행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이스라엘에 마스크와 진단 키트를 해외에서 들여올 때도 모사드의 역할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