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11일 일본 도쿄의 아베 신조 전 총리 자택을 찾은 모습/대만 중앙통신사 캡처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부총통이 11일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조문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12일 가족장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라이 부총통은 일본이 대만과 단교한 후 50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대만 최고위급 인사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문 외교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라이 부총통은 11일 오후 일본에 도착한 후 아베 전 총리의 도쿄 자택을 방문해 조문하고 저녁에는 ‘가족 친구’ 신분으로 조죠지(增上寺) 빈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일본 정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라이 부총통은 12일 조죠지에서 열리는 가족장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라이 부총통은 11일 “아베 전 총리는 ‘대만이 지원이 필요할 경우 일본은 모두 제공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며 “대만과 일본 관계에서 아베 전 총리의 노력에 감사하고, 대만·일본 관계 심화를 우리의 사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대만 언론은 이번 방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일본과 대만 측은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개인 자격의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라이 부총통은 1972년 중국과 수교한 일본이 대만과 단교한 이후 일본을 방문한 최고위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는 대만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가장 대만 친화적인 일본 총리’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달 말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대만 현지에 차려진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고, 각 정부 기관과 공립학교 등은 조기를 달았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을 일본에 보내 아베 전 총리 사망을 애도했다. 주요 20국(G20) 외교장관 회담 등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블링컨 장관은 일정을 바꿔 11일 도쿄를 찾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생각하고, (기시다) 총리와 함께 여러 행정부에 걸친 미·일 동맹 강화 및 자유·개방 인도·태평양 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억했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11일 조죠지를 찾아 아베 전 총리를 조문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옐런 장관이 12∼13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하루 앞당겨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가 위로 전문을 보내고,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11일 주중 일본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쿵쉬안여우 주일 중국대사가 11일 오후 도쿄 조죠지 빈소를 찾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12일 아베 전 총리 장례식에 중국 정부 사절단을 보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일본 정부로부터 일본 내 공식 장례 준비에 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일본 측으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은 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