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던 지난 2013년 9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전후해 일본 도쿄올림픽 유치위원회 측이 IOC 유력인사의 아들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는 정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버즈피드 뉴스, 교도통신, 라디오 프랑스, 아사히 신문 등 다국적 언론사로 구성된 국제탐사보도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심층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팀이 확보한 미국과 프랑스의 금융범죄수사기록에 따르면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던 2013년 9월 7일을 전후해 싱가포르 컨설턴트 업체 블랙 타이딩스의 계좌에서 세네갈의 사업가 파파 마사타 디악의 계좌로 총 37만 달러(약 4억3000만원)가 송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 타이딩스는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고용한 컨설팅 업체였고, 파파 마사타 디악의 아버지는 당시 올림픽 개최지 투표권을 갖고 있던 IOC위원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이었던 라민 디악이었다.

2020년 올림픽 유치전이 벌어질 당시 리만 디악 IOC위원겸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아프리카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실력자로 알려져있었다. 그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육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낼 때 아들 파파 마사타가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디악 부자(父子)는 2016년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선수들에게 약물 투입을 독려했다는 도핑 스캔들의 배후로 지목돼 수뢰혐의로 기소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서 퇴출됐다.

탐사보도팀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 타이딩스는 (개최지 선정 발표 2년전인) 2011년 6월에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개설했는데, 이 계좌는 개설한지 2년이 지나도록 금전거래 내역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개최지 선정을 위한 IOC총회가 열리는 시점이 돼서야 입출금이 활발해진다. 개최지 선정을 한달 남짓 정도 앞둔 7월 29일에는 도쿄올림픽 추진위원회의 일본 미즈호은행 계좌로부터 95만 달러가 들어왔다. 석달쯤 지난 10월 25일에는 역시 같은 계좌로부터 137만5000달러가 송금됐다.

돈이 활발히 빠져나가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지 확정을 전후한 시점부터 2014년 1월까지 파파 마사타 디악이 소유한 러시아와 세네갈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간 금액을 합쳐보니 40만2000달러였다.

이와 별도로 블랙 타이딩스는는2013년 11월 8일에는 파파 마사타 디악이 넉달전 파리의 고급 쇼핑센터에서 구입한 시계와 귀금속 값으로 8만5000유로(약 1억1719만원)를 보내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시점부터 2년 5개월여간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와 컨설턴트 회사, 그리고 IOC유력인사의 아들 계좌사이에 수차례 거액이 오고간 정황이 금융거래 기록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개최지가 확정되던 시점까지는 유치위원회가 블랙타이딩스에 거액을 보내고, 도쿄 유치가 확정된 뒤에는 블랙타이딩스가 파파 마사타 디악 측에 돈을 건네는 흐름이 뚜렷하다.

앞서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과정에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은 2016년에도 불거졌다. 당시 일본 국회에서는 도쿄 올림픽 유치위가 블랙 타이딩스측에 232만5000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돼있는데 어디에 썼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자체 조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구체적인 금전 거래 의혹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케다 쓰네카즈 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장은 이번에 드러난 송금 내용에 관해 “컨설턴트 업체 측에 돈을 지불한 후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