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의 불똥이 주변 걸프 국가들로 튀는 상황에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부상한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UAE의 적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아름답고 본보기가 되는 국가지만 쉬운 먹잇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국가와 국민, 거주자들을 위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발발 뒤 낸 첫 공개 메시지에서 자국을 공격한 이란을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실제로 UAE는 걸프 국가 중에서 이란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9일까지 이란은 탄도미사일 238발과 드론 1422기, 순항미사일 8발을 UAE를 향해 발사했다. 이란이 최소 11국을 향해 발사한 2000~3000여 발사체 중 절반 이상이 UAE를 겨냥했다. 대부분 요격됐지만, 파편이 낙하하면서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알아랍 빌딩을 비롯한 민간 시설에 피해가 잇따르고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동 정세와 무관하게 번영하는 안전한 나라’라는 명성에는 큰 흠집이 생겼다.
이처럼 이란이 UAE를 집중 타격한 배경에는 그동안 누적된 적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UAE는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아랍권 주요국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의 핵심 참여국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국제사회에서 이란을 고립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UAE 수도 아부다비의 알다프라 공군기지는 중동 미군 전력의 핵심 거점이다. 8일 UAE가 이란 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자 UAE 정부는 이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토 분쟁 등 역사적 요인도 양국 갈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부다비·두바이 등과 함께 UAE를 이루는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섬 3곳을 이란이 팔레비 왕정 시절 점령한 뒤 현재까지 실효 지배하면서 영유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1979년 팔레비 왕정을 쫓아내고 집권한 신정(神政) 세력이 시아파 신앙과 혁명 이념을 수니파를 신봉하는 주변 왕정 국가에 전파하려 하면서 걸프 국가들은 이란을 체제 위협 세력으로 간주해 왔다. UAE는 또 예멘 내전에서 수니파 세력을 지원하며 시아파 무장 단체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과 대리전을 벌여왔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UAE의 이란에 대한 적대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UAE는 안정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관광·물류·금융 등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며 성장해 왔는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차질이 생길 경우 이란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도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UAE를 강력한 체제 위협 세력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레바논 출신 언론인 나딤 코테이치는 “저항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란 정권에 가장 번영한 UAE는 실존적 이념 위협”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