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개최된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에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수차례 무산 위기를 넘긴 끝에 6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첫 회담을 시작했다. 협상에 앞서 회담 장소와 의제 범위를 둘러싸고 양측이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좌초 위기가 있었으나, 중동 주요국들이 막후에서 적극적인 중재와 대미(對美) 로비를 한 끝에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당초 거론됐던 튀르키예 대신 오만에서 회담 개최를 요구하자 미국은 난색을 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기 전까지 다섯 차례 회담이 이뤄졌던 오만에서 오로지 핵 문제에만 집중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이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동 아랍 국가들이 요구해 온 탄도미사일 사거리 문제, 중동 내 친(親)이란 대리 세력 활동, 자국민 인권 탄압 문제 등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란 반(半)관영 매체 파르스는 회담을 하루 앞둔 5일 최첨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호람샤르-4′를 공개하며 미사일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잇따라 대미 외교전에 나서면서 미국도 결국 이란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장소 문제로 협상 자체가 무산될 경우 역내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랍 국가들과 튀르키예는 양측이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당시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던 중동 국가들이 선제적으로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유럽 주도로 타결된 JCPOA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된 이들 국가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왔으며, 이란에 유리한 불완전한 합의라는 인식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의 역내 입지가 약화된 현시점이 더욱 강경한 합의를 이끌어낼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3자 방위 협력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역내 안보 상황을 염두에 둔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이번 협상 국면에서 중동 국가들의 개입 자체를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이란 고위 지도부는 미국뿐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와 협상하는 것이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일까 봐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 직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년의 기억을 분명히 간직한 채 눈을 크게 뜨고 외교에 나선다. 우리는 선의를 갖고 참여하면서도 권리를 단호히 지킬 것”이라며 “동등한 지위와 상호 존중은 수사(修辭)가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상을 두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의 최고사령관으로서 외교 외에도 여러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군 공습 역시 기존에 예정돼 있던 핵 협상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미국의 이란 가상 대사관은 6일 공지를 통해 이란 내 인터넷 차단, 도로 폐쇄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이란을 떠나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