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집단 무속 의식을 치르는 남미 국가 페루의 샤먼(무속인)들이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병과 베네수엘라 정권 붕괴 등을 예언했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원주민인 페루에선 안데스 산맥을 기반으로 한 고대 잉카 문명의 자연 숭배·샤머니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AP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페루 수도 리마 인근 해변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샤먼 10여 명이 모여 전통 복장 판초를 갖춰 입고 내년 한 해를 점쳤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의 사진을 각각 든 채 원을 그리며 돌고, 사진 위로 칼을 교차하거나 향을 피우기도 했다. 샤먼들은 내년 트럼프가 심각한 질병을 앓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대비해야 한다고 예언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종식될 것이라고 봤다. 또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는 망명하고, 페루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내년 페루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페루 샤먼들은 ‘와추마’라는 이름의 기둥형 선인장을 끓인 음료를 마시면 신의 뜻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선인장에 포함된 메스칼린 성분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때 ‘비스타(vista·통찰)’를 얻는다는 것이다. 메스칼린은 한국에선 마약류로 분류된다. 과거 남미 여러 부족 사회에서 샤먼은 통치 계급을 겸할 정도로 사회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현재는 페루 국민 80% 이상이 기독교 신자로, 원주민 의식은 일부 샤먼들이 계승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22년 와추마 의례를 자국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샤먼들은 2023년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12개월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 그는 이듬해 9월 사망했다. 반면 지난해 말 “가자지구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예언은 빗나갔다. 2022년 연말에도 이듬해 8월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 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틀렸다. 개인마다 보는 미래가 달라 샤먼들끼리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