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자신이 제기한 인권 침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떤 미 당국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전면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G20 정상회의가 남아공에서 개최된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인권 침해가 계속되는 한 어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를 대신해 J 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계획도 무산됐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너(네덜란드 정착민)와 프랑스, 독일 이민자의 후손들이 살해되고 학살당하고 있다. 그들의 땅과 농장은 불법적으로 몰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거론됐던 ‘남아공 내 백인 농부 인권 침해’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트럼프는 남아공 농장을 중심으로 백인 학살과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지난 5월 백악관을 찾은 라마포사 면전에서 “남아공에서 백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의 흑인 급진 좌파 정치인의 집회 영상을 틀고 “보어인(네덜란드 이주민)을 죽이자”고 외치는 장면도 함께 시청했다. 이에 대해 라마포사는 “우리 정부 정책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런 발언은 극소수 야당 인사들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수긍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남아공 아프리카너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이례적인 조치도 취했다. 이를 두고 ‘백인 탄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백인·보수 노동자 계층에 소구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도 잇따라 남아공에서 개최되는 국제 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2월 남아공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7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불참했다. 당시 남아공이 개최한 G20의 주제가 반미주의를 띤다는 이유에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는 내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라마포사를 초청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5일 트럼프는 자신의 남아공 G20 정상회의 불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남아공은 G20에 속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G20은 국제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회원국 퇴출 절차가 없어 불참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