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폐막한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65)는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귀국이 두렵지 않다”며 “수상을 하든 못 하든 나는 다시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파나히가 특별히 귀국 여부를 언급한 것은 이란에서 그가 불법 영상물을 제작한 범죄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상영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란 정부의 잔혹함과 부패를 다룬 이번 수상작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는 비밀리에 허가 없이 제작됐다.
허가 여부는 이란 문화이슬람지도부가 작품 내용이 이슬람 가치와 국익에 부합하는지 심의해 결정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체제 비판, 여성의 히잡 미착용, 남녀 간 신체 접촉 장면 등 여러 사유로 검열이 이뤄진다. 이란 헌법 제24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이슬람의 기본 원칙이나 공공의 권리를 해치는 경우는 예외로 둔다. 파나히의 수상을 두고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이 “전 세계 모든 자유의 투사들을 위한 희망이 다시 불붙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이란 정부는 자국 주재 프랑스 대리대사를 초치하고 “이란 내정에 대한 간섭이자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행위”라고 항의했다.
파나히는 2010년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고 반체제 선전물을 제작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 이 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0년간 작품 활동과 언론 인터뷰도 금지당했다.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수감 2개월 만에 가택 연금으로 전환됐다. 그는 자택에서 휴대전화로 제작한 영화를 USB(휴대용 저장 장치)에 담아 밀반출해 국제 영화제에 출품했다. 2015년 연금이 해제되자 택시를 운전하며 소형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다. 6년형을 다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2년 다시 수감됐지만 옥중 단식 투쟁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과거엔 이란의 영화 검열이 지금처럼 거세지 않았다. 1990년대엔 이란 감독들이 국제 영화제 수상 후보에 잇따라 올랐다. 1989년 개혁파 라프산자니 대통령 당선 이후 온건한 비판은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강경 보수파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통제가 강화됐다. 일부 감독은 망명을 떠나거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검열 속에서도 이란 영화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만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영화가 20여 편 제작됐다. 나비드 미한두스트 감독의 ‘카페’, 파르하드 들라람 감독의 ‘아킬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알리 아흐마드자데의 ‘크리티컬 존’은 2023년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받았지만 당국이 감독을 기소하고 출국을 금지해 영화제 참석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