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자 회담을 갖는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각) “양 정상은 미국과 중국 간의 소통을 유지하고 심화하며,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고, 특히 국제사회에 영향을 주는 초국가적 도전 등 우리의 국익이 일치하는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바이든 취임 후, 22개월 만에 열리는 대면 정상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같은 방에 앉아서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얘기하며 시 주석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라며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미·중 관계를) 해나가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록 중요한 관계를 다루고 관리할 때, 정상 간 소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도 했다. 미·중 관계, 대만, 북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는 것이 주된 목적이란 얘기다.
중국 외교부도 11일 “시 주석이 14~17일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 17~19일 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 기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와 양자 회견을 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10여 년 전 2인자 시절에 처음 만난 후 비교적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초부터 1년 반에 걸쳐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이 8번이나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은 이때 상대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소탈한 화법을 쓰며 시진핑의 호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회담에 배석했던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바이든은 바로 인간적 관계를 맺고 시진핑이 마음을 열도록 하는 일을 놀랍도록 잘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취임한 후, 시 주석과 화상 회담 2회, 전화 통화 3회 등 총 5차례 접촉하면서 매번 긴장감 있는 대화를 나눠야 했다. 가장 최근의 대화는 펠로시 하원 의장 대만 방문 닷새 전인 지난 7월 28일 전화 통화였다. 시 주석의 항의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미국과의 국방 회담, 형사사법 공조, 기후변화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양국은 대면 정상 회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회담에서 다룰 내용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대만과 중국 인권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동을 비롯해 우리의 여러 우려를 솔직하게 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해로운 경제 관행에 대한 우려”도 거론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중국은 바이든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면서도 사실상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과 함께 대만 문제에 대해 “무력 사용도 절대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대만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2022년 대만 정책법’이 시행될 경우 양국 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 통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백악관은 양 정상이 논의할 지역 및 세계 문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최근 북한의 도발을 거론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중국과 미국이 협력해 본 역사가 있는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은 국제 비확산 규범에 대한 책무를 공유하고 있고 중국은 역사적으로 이를 다하려 해왔다. 우리가 계속해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우리는 소통 채널을 닫았다 열었다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양국 군 사이의 소통 채널은 위기가 고조될 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면 정상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어도 정상 간 핫 라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웨이 칭화대 교수는 봉황주간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이) 대면 회담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양국 정상의 G20 참가가 확실시되자 미·중 양국은 소통 채널을 재가동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변화 특사는 지난 8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셰전화 중국 기후 변화 특사와 비공식 회동을 했다.